▲ 맹형규 전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여전히 외부 영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인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도부가 선거 준비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지부진한 영입 작업이 맹형규 홍준표 등 기존의 유력한 두 경선 후보의 맷집까지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그 동안 여러 ‘명망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실을 똑바로 보자. 이제라도 당내 경선 후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미련 없이 영입론을 접고 두 사람 가운데 옥석을 가려보자”라고 말한다.
당내에서 ‘2강’을 형성하고 있는 두 경선 후보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서로 ‘준비된’ 서울시장 후보라고 주장하는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 과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그리고 여권의 빅카드인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 흉중의 ‘숨은 1인치’를 찾아보았다.
[맹형규 전 의원]
─후보 영입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데.
▲영입론은 이제 버스가 지나간 것 아닌가. 소리도 요란했고 먼지도 많이 났지만 버스를 보니 실제 타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보 영입론을 잠재울 만한 본인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 캠프 캐치프레이즈가 ‘소리 없는 엔진 맹형규’다.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힘을 가지고 서울을 바꿔나갈 수 있다. 그 외에 장점이라면 통합의 리더십을 말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김구 선생과 함께 넬슨 만델라를 꼽는다. 노무현 정권에 의해서 시민들의 마음속에 괴리감이 심각해진 강남·북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하면서 정책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점과 7년 반 동안의 외국 생활(워싱턴 런던 등지)도 서울시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을 분할하고 경쟁력을 깎아내리려는 세력과, 반대로 이 수도를 지키겠다는 세력의 싸움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나온다면 그 대응책은.
▲최근 있었던 일련의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99% 이기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노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강 전 장관이 그런 점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강 전 장관의 경쟁력을 든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전에 아침 방송에서 ‘예쁘잖아요’라고 한마디 했다가 쓸데없는 소리 했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들었는지…. 상당히 매력 있는 여성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번 선거가 강남·북 대결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게 바로 노무현식 정치다. 이 정권이 강남·북 불균형을 실제 이상으로 국민들 마음속에 심어줘 어떤 거리가 생기게 했다. 경선 과정에서 혹시 누군가가 강남 대의원 숫자가 적고 강북이 많으니 강남을 공격하면서 강북만 가지고 표를 얻어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단히 옳지 못한 것이다.
─최근 ‘문건’ 사건으로 홍 의원과 대립하고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남을 음해하거나 뒤에서 상처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 동안 계속 음해성 루머 때문에 캠프 실무자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것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회의를 소집해서 몹시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홍 의원에게 바로 전화해서 사과했다. 그동안 우리 캠프를 총 지휘하던 실무 책임자인데 나로선 참 괴롭다. 그런데 사과하고 이틀 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데 홍 의원이 그 사건을 가지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밖으로 나가면 당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사과했었다.
─홍 의원 본인은 사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본인한테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최연희 의원 파문은 어떻게 보나.
▲그 사건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경악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본인이 용단을 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 뒤 개헌론 등을 매개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 대개편은 확실하다. 지방선거 뒤 대통령이 당을 떠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패배 뒤 그 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강력한 대권 후보가 나온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세가 형성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선거 뒤 특단의 대책 같은 걸 내놓지 않겠나.
▲무슨 일을 해도 지금으로서는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한다. 대통령이 나서기만 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나.
─서울시장 선거가 대권 구도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나.
▲내년 대선에 이기기 위해서도 서울시장 선거는 져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이 시장 후보를 내게 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행자부 행정 감사와 함께 이명박 시장 뒤 캐기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대권 구도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이 시장이 무너지게 된다. 그에 따라 당내의 대선 구도도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의원직 사퇴에 대해 후회하지 않나.
▲공정한 당내 경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과감하게 의원직을 던졌다. 선거 후에도 퇴로가 있는 사람이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징발당해 억지로 나오는 사람과는 다르다. 한나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를 던질 줄도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홍준표 의원.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영입론이 물 건너간 것 같은데도 계속 나오는 이유는.
▲기존 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당내의 대선 후보 경쟁은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이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기존 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이 유력한 영입 후보로 오르내렸는데.
▲들어온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겠나. 대학총장 그 경력 가지고 서울시장 하겠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고. 그리고 실제 여론조사 넣었을 때 훨씬 기대 이하로 나온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자꾸 영입론을 흘리는 이유가 뭔지. 나는 그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 내년 대선 경쟁 때의 후보 선출을 염두에 두고 지방선거에 임하게 되면 이번 선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어디서 흘린다고 보나.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영입론을 잠재울 만한 본인만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지난 1972년 2월 24일에 1만 4000원 들고 고려대 입학을 위해 서울역에 내렸다. 영하 12도였다. 서울에 아는 사람 한 사람 없었고 혈혈단신이었다. 그 1만 4000원으로 서울에 34년째 살고 있다. 밑바닥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다. 가진 것 없이 출발했기 때문에 잃어버릴 것도 없다고 항상 생각한다. 어려움이 생기면 피해가지 않고 항상 정면 돌파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대세가 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가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난 1996년 총선이 끝난 뒤 DJ 정권에 의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발목이 잡혔을 때다. 내가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인은 발생된 일에 대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의원직을 미련 없이 버렸다. 그리고 외국에서 1년 반 동안 떠돌았다.
─그때가 가장 큰 위기였나.
▲그렇다. 당시 나와 이(명박) 시장, 그리고 손학규 경기도 지사 모두 워싱턴에 모여있었다. ‘워싱턴오리알’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이 시장과 손 지사는 경쟁심 때문에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두 사람을 따로 따로 만나곤 했다.
(그런데 홍 의원이 워싱턴 오리알 얘기를 한창 하고 있을 때 마침 당사자 중의 한 명인 손학규 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는 인터뷰 중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대권 문제에 대한 홍 의원의 조언 중 일부.
“형님, 이제 퇴임하고 난 뒤 무엇을 할지 계획을 좀 짜요. 이제는 세를 좀 구축해요. 국회의원들 좀 불러 가지고 등산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국회의원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 사람들로부터 일이 시작된다고요.”)
─이명박 시장과의 친분이 당내 경선에서 득이 되나.
▲내 경쟁력으로 승부할 뿐이다.
─맹형규 의원 측의 문건 파동으로 잡음이 있는데.
▲우선 당의 책임이다. 토론회도 개최하고 후보자들이 포지티브한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일찍 열어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네거티브로 가지도 않았을 것인데. 어찌 보면 상대 후보 측에서 초조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법적 대응을 할 것인가.
▲직접 고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 지지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제3자가 고발하면 사법적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일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사법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한 대응책은.
▲치명적 약점 두 가지가 있다. 강 전 장관은 수도 이전에 적극 찬성했던 사람이다. 그러면 공주·연기 시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시장 시켜놓으면 속된 표현으로 해서 통째로 서울을 들어먹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근본적으로 안 된다. 또한 ‘왕의 남자’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라면 ‘왕의 여자’는 강 전 장관이다. 만약 강 전 장관이 나온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을 그대로 안아야 한다.
─여론조사상 맹 전 의원보다 뒤지는데.
▲최근 실시된 조사 중 한 신문에서는 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핵심 대의원 계층에서는 내가 낫다. 당연직 전당대회 대의원 사이에서는 내가 낫고 일반 대의원 사이에서는 맹 전 의원이 낫다.
─최연희 의원 파문에 대해선.
▲정리해야 한다. 한국 유권자 절반인 여성계로부터 전부 버림을 받았다. 미련을 가지면 사람이 옹졸해 보이지.
─지방선거 뒤 개헌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당이 개헌론을 들고 나오더라도 절대 응해선 안 된다. 야당은 정권교체가 주된 목표다. 야당이 개헌론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면 이 나라는 여당의 영구집권을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심중에 지지하는 당내 대선 후보는.
▲이야기할 수 없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예비후보로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대정부 질문 때 이해찬 총리와 격렬한 논쟁을 했다. 질문 10분 전에도 부드럽게 하려고 했는데 이재오 대표가 ‘이미지 관리하면 되느냐’며 ‘당이 어려운데 한번 보여줘라’고 해서 격한 설전을 벌였다. 저격수 이미지를 지난 2년 동안 없앴는데 그 이미지를 되살리게 된 것 같아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총리가 물러나서 내가 손해를 좀 덜 본 것 같다.
─이 전 총리가 이번 파문으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한데.
▲이렇게 되면 의원 생활도 하기 힘들지 않겠나. 그런데 아무리 그렇지만 (그를) 차기 대권주자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좀 심한 말 같다. 이 전 총리가 차기 대권 주자라…. 그 말은 좀 심한 질문 같다.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어떤 복안이 있는가.
▲수도 이전론과 아파트 반값 논쟁을 양대 축으로 정책 대결을 할 것이다. 검사 시절 슬롯머신 수사 등 행정보다 훨씬 어려운 수사를 담당했었다. 뉴욕의 줄리아니 시장보다 더 뛰어난 시장이 되고 싶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