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엄태웅이 분당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는 모습. 엄태웅은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합뉴스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 자체는 박유천과 비슷하지만 미혼인 박유천과 기혼인 엄태웅에 대한 여파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다만 아직까지는 경찰 수사라는 1라운드만 끝났을 뿐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가 드러날 터이며 기소될 경우 재판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핵심은 경찰이 어떤 증거를 확보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느냐다.
엄태웅은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 소재의 한 오피스텔 마사지 업소를 찾았다. 당시 엄태웅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으며 홀로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한다. 그렇지만 마사지 업소 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진술은 상반된다.
우선 엄태웅을 고소한 A 씨는 “우리 업소는 성매매 하는 마사지업소가 아닌데, 올해 1월 남자 연예인이 혼자 찾아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엄태웅은 “마사지업소에 간 것은 맞지만,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오피스텔 마사지 업소는 A 씨의 주장과 달리 성매매를 하는 업소로 드러났다. 사건 초기 <일요신문>은 문제의 업소 인근에는 여러 개의 오피스텔 마사지 업소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에는 성매매를 하지 않는 순수 마사지 업소도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을 인근 주민들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결국 경찰이 이 업소를 수사해서 성매매를 하는 업소임을 확인한 것.
또한 A 씨가 홀로 운영했다고 알려진 문제의 오피스텔 마사지 업소에는 따로 업주가 있었다. 이 업소의 업주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엄태웅이 성매매 대가로 추정되는 액수의 돈을 현금으로 내고 마사지 업소를 이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엄태웅에게 성매매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라며 고소한 A 씨를 무고 및 공갈미수 혐의로 입건했다. 이를 도운 업소 업주 B 씨 역시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 초기부터 엄태웅을 고소한 A 씨에 관심이 집중된 까닭은 그가 현재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경기와 충북 등의 유흥주점 7곳에서 3300만여 원의 선불금을 받은 뒤 잠적해 사기죄로 지난 7월 12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A 씨가 엄태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것은 법정 구속된 직후였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업주 B 씨와 짜고 엄태웅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죄 판결로 구속 수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A 씨는 사기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절실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A 씨는 B 씨와 함께 엄태웅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나를 성폭행했으니 보상하라”고 거듭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엄태웅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A 씨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그 직후 엄태웅을 고소했다. 경찰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B 씨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같이 범행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혐의를 인정한 것. 반면 성폭행 피해자에서 무고 및 공갈미수 혐의 피의자가 된 A 씨는 여전히 “엄태웅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는 종결됐지만 다툼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엄태웅이 성매매 대가로 추정되는 액수의 돈을 현금을 내고 마사지 업소를 이용했다는 진술만으로는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관계자인 A 씨는 성매매가 아닌 성폭행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엄태웅은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며 마사지만 받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소 업주는 ‘엄태웅이 성매매 대가로 추정되는 액수의 돈을 현금으로 내고 마사지 업소를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결제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이뤄져 입증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경찰이 이 외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검찰 기소가 이뤄질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엄태웅 측 역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도움을 받아 무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관심은 왜 애초 일반 성폭력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피소됐는지에 집중된다. 이미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폭력 특례법으로 피소되는 상황에서 뭔가 또 다른 증거가 존재할 개연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유로 성폭력 특례법이 적용됐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특례법으로 피소를 당했다면 일반 성폭력과는 다른 정황이나 증거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성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나왔지만 이 과정에서 성매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나왔을 수도 있는 것.
결국 쟁점은 성관계 여부다. 엄태웅은 마사지만 받았다는 입장인 데 반해 A 씨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입장, 업주는 성매매 대가로 추정되는 현금을 받았다는 입장으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엄태웅이 A 씨와 성관계를 했다면 성폭행 내지는 성매매일 가능성이 높고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두 혐의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있다. 따라서 엄태웅의 성폭력 특례법 위반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된 증거가 그 혐의를 입증하진 못했을지라도 성관계 자체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것이 성매매의 증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관계 자체가 존재할지라도 엄태웅과 A 씨가 상호 동의하에 금전적 대가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혀진다면 엄태웅은 성폭행에 이어 성매매 혐의도 벗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엄태웅 측은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