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밥 딜런.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문학의 일반적 갈래로 분류되는 소설, 수필, 시, 희곡 이외의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밥 딜런이 처음이다. 노벨 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역사학자나 철학자가 받은 적은 있지만 가수가 받은 사례는 없었다. 지난해 벨라루스 기자 출신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아 보는 이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팝스타의 수상만큼은 아니었다.
노벨상위원회는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는 수상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일어날 논란을 예상한 듯 “호머나 사포 등 그리스 시인들의 시는 원래 공연으로 듣는 것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상 받을 자격 충분하다” vs “정말 딜런이 시적인가”
의외의 결과였지만 그의 수상에 대한 축하와 응원이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남긴 축하 메세지에서 “밥 딜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라며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그는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밥 딜런의 대표곡인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등을 링크했다.
또한 이번 노벨상의 유력 후보였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오르페우스부터 파이즈까지 노래와 시는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딜런은 음유시인계의 엄청난 후계자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통적 시가 아닌 노래로서 수상에 성공한 밥 딜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반격을 가했다.
많은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작가가 아닌 가수의 수상에 반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정말 밥 딜런이 시적인가? 멜로디를 제외하고 가사를 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그의 노래가 시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밥 딜런의 수상을 비꼰 미국 작가 조디 피콜트의 트위터 캡처.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 발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참된 작가에게는 문학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주 많다”며 “하나는 자신이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의미를 적당하게 평가해주는 독자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실감”이라며 글을 남겼다. 수상은 실패했지만 높은 평가를 내리는 독자가 많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렸다.
하루키 마니아들은 수상자 발표에 “하루키를 몰라 준다”며 낙담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일부는 그의 소설 속에서 밥 딜런의 노래나 이름이 등장했던 것을 예로 들며 “하루키도 그를 좋아하기에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요미우리 신문은 “노벨문학상이 뮤지션에게 돌아갔다”며 “문학을 해석하는 틀을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국내는 축하 메시지 물결
국내에서도 대중가수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관심이 쏠렸다. 작가 고은이 여러 차례 후보에 오르며 내심 수상을 기대했지만 밥 딜런의 수상에 놀라면서도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상 논란에 “오래전부터 수상이 거론되긴 했지만 예상을 못했다”면서도 “밥 딜런이 노랫말에서 사랑과 이별 얘기 외에 인권, 반전, 철학을 얘기하며 영향력을 미쳤다. 노랫말 자체가 문학적이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가사로 인정받는 가수 윤종신도 소셜미디어에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밥 딜런의 수상을 지지했다.
국내 정치인도 밥 딜런의 수상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인인 만큼 그의 수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전과 평화, 인권을 노래한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우리가 대중문화인 ‘블랙리스트’를 쓰고 있을 때 밥 딜런은 ‘귀로 듣는 시’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밥 딜런은 누구? 60~70년대 저항의 노래 김민기·양희은 등에 영향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가수 겸 시인 밥 딜런. 연합뉴스.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미네소타 대학을 중퇴하며 음악계로 뛰어들었다. 1963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그는 당시 활발하던 사회 저항 운동의 상징적인 뮤지션이 됐다. 데뷔 이래 밥 딜런은 11회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영화 주제곡으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바 있다.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그걸 금지시킬까’라는 그의 가사는 반전 운동과 히피 문화를 공유하던 당시 젊은 층들을 열광케 했다. 전설적 밴드 비틀스도 그의 가사에 영향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통기타 포크 가수 김민기, 양희은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