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SK텔레콤오픈 경기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4월 초 미국 프로풋볼의 한국 혼혈 스타 하인스 워드의 방한만큼이나 뜨거운 열풍을 몰고 왔다. 워드가 효(孝)와 혼혈인 성공신화 코드로 한국을 녹였다면 미셸 위는 미(美)와 성(性) 장벽 허물기로 한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워드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것을 받아쓰면 그대로 교과서”라고 말할 정도였다면 미셸 위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고속도로 갤러리’를 만들어냈다. 그녀를 보기 위해 고속도로가 막히자 경찰이 출동했는데 사이렌을 울렸다가 플레이를 방해한다며 보기 좋게 욕만 먹었다는 ‘해외토픽’감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셸 위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아시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7전8기 끝에 남자대회 컷 통과라는 세계적인 뉴스를 생산했다. 한국으로 치면 여고 2년생인 미셸 위가 마침내 골프에서 성의 장벽을 허문 것이다.
미셸이 서쪽으로 온 까닭은
올해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미국 골프특파원을 역임한 미LPGA 전문가다. 재미있는 것은 미셸 위의 부친 위병욱 씨와 우신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점. 특파원 시절 아직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기 전인 꼬마 미셸 위를 알았고, 친구와도 해후했다. 2003년 미셸 위의 CJ나인브릿지클래식 출전도 A 씨가 속한 신문사 주최인 까닭에 이 인연으로 전격 성사됐다.
박세리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의 이성환 대표는 A 씨와 친분이 두터웠고 일찍부터 세계적인 상품가치가 있는 미셸 위와 접촉을 시도했다. 허지만 하와이까지 날아가서도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접촉은 쉽지 않았다. 마침 A 씨가 KPGA로 옮기면서 이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서의 성대결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미셸 위 측과 한국 스폰서, 그리고 주관방송사인 MBC를 오가며 온갖 노력을 기울인 끝에 SK텔레콤오픈 성대결이 탄생됐다.
당초 미셸 위는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열리는 초특급 신생대회인 진클럽스&리조트오픈(총상금 250만 달러)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초청조건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미LPGA에서는 비회원으로 연간 6개 대회(오픈대회 제외)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포기했다. 여기에 한국 연예계에 푹 빠진 미셸 위도 2년 반 만의 한국방문을 적극적으로 희망했다. 여러모로 미셸 위의 한국행은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알고 볼수록 더 대단한 컷 통과
SK텔레콤오픈에서 미셸 위가 공동 17위라는 상위권 성적으로 컷을 통과하자 ‘미셸 위에게 맞춤형 코스였다’, ‘대회질이 떨어진다’ 등 여러 가지 평가절하형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단 AP·AFP·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축소론을 일축할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세계 남자골프 수준은 규모와 권위 등 종합적인 기준으로 미국 PGA-유럽투어(EPGA)-일본투어(JGTO)·아시안투어-호주투어-남아공투어 등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다. 1, 2위는 부동이지만 3위 이하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도 하다. 아시안투어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일본투어가 확실한 2위였다. 일본투어 상위랭커에게는 미PGA Q스쿨 특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 등이 주어질 정도로 세계가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안투어가 크게 성장했다. 최소한 현재 일본투어와 공동 3위의 위상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으며 심지어 일본을 넘어 유럽투어와 견줄 정도로 커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오픈은 아시안투어 대회다. 지난해 미셸 위가 출전했다가 아쉽게 컷오프된 JGTO카시오오픈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박세리가 톱10을 달성한 SBS프로골프최강전과도 비교되는데 출전 남자선수의 면면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SK텔레콤오픈의 위상이 더 높다. 코스길이도 수치상으로 박세리가 전장 7000야드에서 남자들과 겨뤘다면 미셸 위는 100야드 이상 긴 코스였다. 체감거리를 따지면 내리막이 많았던 박세리에 비해, 전체적으로 평탄한 스카이72의 미셸 위가 훨씬 길다.
▲ 미셸 위가 지난달 29일 입국하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천재소녀 탄생의 비밀
여러 차례 보도가 됐지만 미셸 위는 명문 학자 집안의 손녀다. 전남 장흥 출신인 위상규 옹(80)은 한국전쟁 때 조종사로 97회나 출격하며 화랑무공훈장을 받았고 이후 한국항공공학박사 1호로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2남1녀를 모두 박사로 키웠는데 정말이지 면면을 들여다 보면 대단하다. 미셸 위가 아니더라도 신문에 소개될 가족 친척이 많은 장흥의 박사집안이다. 위 옹의 차남이 바로 미셸 위의 아버지인 위병욱 씨다. 현재 위 옹은 은퇴한 후 장흥에서 살고 있는데 2003년 미셸 위가 다녀가기도 했다. 지역감정에 치우친 일부 호남사람들이 “미셸 위도 호남피를 물려받았다”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위병욱 씨는 우신고를 나왔다. 우신고는 당시 서울시내 중학교의 수재들만이 입학한다는 명문고였다. 미셸 위가 골프는 물론이고 공부도 잘한다고 했는데 머리 좋은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다. 187cm의 훤칠한 키에 지금도 웬만한 미남 탤런트보다 잘 생긴 위 씨는 고교시절 학도호국단 연대장(총학생회장격)을 맡았었다고 한다.
위 씨는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의 여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바로 미셸 위의 어머니인 서현경 씨다. 서 씨는 나중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 입상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의 아가씨였다. 위 씨 가문 못지않게 집안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80년대 대학시절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골프에 재능을 보였다. 둘은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거기서 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그게 바로 미셸 위다.
좀 도식적이지만 그래도 억지로 정리하자면 뛰어난 외모는 모계와 부계에서 모두 물려받았고 머리는 부계, 그리고 운동신경은 모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셸 위는 출생부터가 남다른 유전자를 물려받은 셈이다.
왜 전세계가 열광하는가
미셸 위는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린다. 좋아하는 선수도 ‘골프 황제’ 우즈이고, 늘씬한 체형에 폭발적인 장타로 골프역사를 새로 쓰려는 각오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상품성에서 미셸 위는 우즈보다 뛰어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성대결. 우즈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여성과 대결을 할 수는 없다(^^). 반면 미셸 위는 여전사로 불릴 정도로 맹렬히 성의 장벽에 도전하고 있다. 미셸 위를 초청한 MBC가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로 ‘여성의 힘, 희망 한국’을 내걸었는데 꼭 맞아떨어지는 콘셉트다. 미셸 위는 지구상에서 볼을 가장 멀리치는 여자 골프선수다. 미PGA의 평균 정도는 때려낸다. 그래서 아니카 소렌스탐 등 다른 여자선수의 성대결보다 질적으로 한 차원 높은 것이다. 미셸 위의 미PGA 컷 통과, 미PGA 시드 획득, 마스터스 출전 등은 앞으로 계속될 세계적인 관심사다.
두 번째는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귀고리’다.
미셸 위의 외모는 뛰어나다.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와 함께 세계 여자스포츠계를 대표하는 미녀로 자리 잡고 있다. 올 초 한 명품 시계회사의 홍보대사로 선정돼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와 포즈를 취했는데 키도 더 크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양에선 흔한 크로포드와 샤라포바의 이미지에 비해 동양적인 마스크가 더 희소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셸 위는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익히며 아시아인의 대표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즈는 필드에서 큼직한 귀고리 등의 다양한 액세서리를 달고 나올 수 없다. 하지만 미셸 위는 여자들이 흥분하는 각종 명품 패션 액세서리를 하고 골프를 친다. 그 파괴력은 대단하다. 미셸 위 패션은 이미 젊은 여자골퍼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음료수 CF로 시작된 미셸 광고 파워는 이제 한국과 미국으로도 시장을 넓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로 전향을 선언하면서 골프뿐 아니라 향후 연예계 진출까지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병철 골프전문기자einer66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