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안정환 역시 독일 월드컵을 ‘기회’로 꼽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주가 상승의 절정을 맞이했다면 이번 월드컵으로 안정 기조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J리그의 10억 러브콜을 마다하고 프랑스 메스로 방향을 틀었고 거기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자 다시 독일로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안정환은 이동국이 부상당하기 전 대표팀에서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잡아갈 때도 전혀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측근에게 ‘월드컵 때 독일에서 보자’고 말했을 정도다.
안정환의 이런 자신감은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위기일 때, 앞이 캄캄할 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인생역전을 이뤘던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의 기상도가 잔뜩 흐려 있어도 내일이면 금세 ‘햇볕은 쨍쨍’일 거라는 믿음이 그의 가슴 한 켠을 자리하고 있다.
안정환에 대한 믿음은 주위 동료들도 같다. 독일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을 안정환이라고 꼽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재 조재진과 원톱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정환. 베스트 11 선정은 감독의 결정권이지만 안정환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황선홍 전남 코치가 이렇게 말한 게 기억 난다. “(안)정환이는 ‘똥볼’은 안 차잖아요. 머리로 넣든 몸으로 넣든 어떻게 해서든 골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천부적인 감각이 있는 친구예요. 정말 부러운 게 많은 후배입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