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을 명지대로, 안정환을 아주대로 스카우트했던 김 이사장은 이날 포천축구센터를 찾은 조민국 고려대 감독, 이강조 광주 상무 감독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마치 득도한 신처럼 정확하게 예상 스코어를 예측했다. 전반 대표팀이 첫 골을 허용하면서 센터 학생들과 지도 코치들이 낙담하자 “야! 후반에 2-1로 반드시 역전할 거야 걱정하지마”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김 이사장은 전반이 종료되자 “지성이하고 정환이가 역전시켜줄 거야. 내기 한 번 할까”라며 신의 계시를 받은 듯 아예 수훈 선수도 미리 예상했다. 김 이사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히딩크 전 감독처럼 정환이를 바로 투입할거야”라고 귀띔하기도.
후반 김 이사장의 예언은 전부 적중했다. 안정환이 김진규와 곧바로 교체되어 출전했으며, 후반 8분 박지성이 재빠른 중앙 돌파를 시도, 프리킥을 얻어내며 이천수가 ‘작품’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김 이사장은 동점이 된 후에도 계속 “정환이가 분명 넣는다니까. 중거리 슛이야”라고 자신하면서 기자를 안심시켰다. 정말 또 다시 김 이사장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후반 28분 안정환이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토고의 골망을 흔들어버린 것.
안정환의 골세리머니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 이사장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선 뒤 “관전평이나 쓰러 가야겠어”라며 센터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기자는 김 이사장의 뒷모습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