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 홍준표 의원 | ||
그러나 각자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예전만큼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문수 지사는 이 최고위원과 함께 재야운동을 해온 사이로 이 최고위원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민중당 창당 당시 이 최고위원이 사무총장일 때 김 지사가 노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지사 취임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정 파악도 아직 덜된 상태고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장마와 홍수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당 사정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가 없다. 그는 한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은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아온 사람 아닌가. 그런데 느닷없이 색깔론을 제기하니 당황스럽다”며 “한나라당이 이재오 같은 사람 포용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봐야한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 입장에서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처지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그답지 않게 아무 말이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 대하여 홍 의원의 공식적인 답변은 “할 말이 없다”다. 자신이 처한 정치 상황 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지만 이명박 전 시장이 측근인 자신을 버리고 오세훈 시장을 간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홍 의원은 반대로 이 전 시장에게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에 앞서 이 최고위원에게 “이 전 시장과 거리를 두라”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또한 홍 의원 본인이 이 전 시장과 결별하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후 박 전 대표 측에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 최고위원을 거들기도 어렵다.
기질적으로 비슷한 ‘3인방’은 이회창 총재 시절 한 팀이 되어 호흡을 맞춰왔고 97년 대선 실패 후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야당생활을 할 때 이들의 날선 대정부투쟁은 한나라당을 야당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들 ‘3인방’은 이 전 서울시장과 함께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수시로 어울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을 ‘이명박계 성골모임’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