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아들 건호 씨 결혼 기념사진 속 친인척들. | ||
노 대통령은 그간 친인척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혹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엄격하고 단호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예기치 않게 형 건평 씨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고, 이어 처남 민경찬 씨의 거액 펀드 조성 사건과 사돈 배병렬 씨의 음주 교통사고 건 등이 터져 대통령이 한동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번 바다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대통령 친인척들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노지원 씨와 더불어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친인척 인사는 노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 씨(51)다. 노 대통령과는 부산상고 동문으로 73년 한일은행(우리은행으로 합병)에 입사한 권 씨는 지난 7월 하반기 정기 인사를 통해 부장에서 임원급 단장으로 승진했다.
우리은행은 권 씨를 단장 직급으로 승진시키고 우리금융지주의 사회공헌활동추진 사무국장으로 파견 발령을 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 내부에서조차 권 씨의 인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사가 극비리에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정가나 금융권에서는 은행 측이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권 씨를 사무국장으로 발령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권 씨의 승진에 대해 일부 여론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급기야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지난 8월 25일 국회 운영위에서 권 씨에 대한 특혜 승진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4년 LA지점 조사역과 이번 사회공헌활동추진 사무국장은 권 씨의 승진을 위해 급조한 신설직”이라며 “2005년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을 때에도 우리은행이 기존 1명인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직을 3명으로 늘려 승진을 단행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노 대통령의 둘째형인 건평 씨 자녀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건평 씨의 큰딸 지연 씨(33)와 아들 상욱 씨(32)는 지난 2001년부터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최근 대표이사와 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하다 결혼한 지연 씨는 그간 남편 연철호 씨와 공동대표로 ‘케이알비즈’(2005년 1월5일 그레이블루로 회사명 변경)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인터넷 정보 서비스 벤처회사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지연 씨와 연 씨, 그리고 상욱 씨는 지난 7월 11일 이 회사의 공동 대표와 이사직을 사임했다. 대통령 조카인 지원 씨가 지난 7월 5일 ‘우진시스텍’에 사표를 낸 지 6일 후에 두 명의 조카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물러난 것이다.
기자는 남편 연 씨와 연락을 취해 부인과 처남, 그리고 자신이 지원 씨 문제의 여파로 부득이 회사를 그만뒀는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연 씨는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하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12일 결혼한 상욱 씨는 지난 7월 11일 ‘케이알비즈’ 이사직을 사임한 뒤 일주일여 후인 7월 19일 건평 씨와 어머니인 민미영 씨가 감사와 이사로 등재된 ‘정원토건’에 감사로 임명됐다. 대신 건평 씨는 이날 아들에게 감사 자리를 물려주고 사임했다.
정원토건은 주로 ‘태광실업’ 관계사인 정산개발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노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