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4일 오랜 외유 끝에 입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 박명경 상무 또한 이날 귀국했다. 연합뉴스 | ||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 이 회장이 귀국하기까지 이학수 부회장이 미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이 회장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사안을 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등 이 부회장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이 회장의 최측근이자 삼성그룹 내 실세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삼성그룹 후계자로 여겨지는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상무도 당시 미국을 자주 오갔다.
그런데 이 회장의 미국 체류 기간 동안 이학수 부회장이나 이재용 상무 못지않게 이 회장을 보좌한 것으로 ‘소문난’ 인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회장실 1팀의 박명경 상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삼성전자 전체 임원 650여 명 중 여성은 박명경 상무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46세인 박 상무는 오랫동안 이건희 회장실에서 근무해 왔으며 현재 독신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상무는 지난해 초 정기인사 때 상무로 승진하면서 여성이란 점과 전문대 출신 학력 때문에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박 상무에 대해 “이학수 부회장이나 윤종용 부회장 못지않게 이 회장을 지근거리 보좌하는 최측근”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박 상무의 그룹 내 역할에 대해선 미확인 소문만 무성할 뿐 공식적으로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박 상무의 해외 동선을 보면 그가 이 회장의 측근역할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4일 출국했다가 올 2월 4일 귀국했다. 지난해 이학수 부회장은 10월 중순께 일주일간, 그리고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2주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이 회장을 보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상무는 지난해 11월 말에 4일간, 그리고 12월 중순께 3일간 미국에 체류했다. 11월 체류기간은 막내동생 윤형 씨가 사망해 이를 수습하는 기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명경 상무의 당시 해외일정이 이학수 부회장이나 이재용 상무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상무는 지난해 9월 4일 일본으로 출국해 일주일가량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지난해 9월 4일은 이건희 회장이 출국한 날이다. 당시 이 회장은 전용기를 통해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상무는 얼마 후인 9월 말부터 다시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쁜 해외일정을 소화한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9월 4일 떠나 올 2월 4일 귀국하기까지 국내를 비운 5개월(정확히 153일) 동안 박 상무가 미국과 일본에서 보낸 기간은 총 118일이다. 이 회장의 최측근인 이학수 부회장이나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상무보다 미국 일본에 더 자주 드나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올해 1월 중순이 돼서야 귀국한 박 상무는 올 1월 말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2월 4일 입국한다. 그런데 박 상무가 돌아온 2월 4일은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나간 날과 들어온 날 박 상무 또한 같은 동선을 보인 셈이다. 완벽한 수행비서라는 외부의 평가가 근거 없는 게 아닌 셈이다.
박 상무는 삼성에서 지은 건물에 살고 있다. 박 상무의 현 주소지는 서울 수서동. 그런데 삼성이 만든 최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인 서울 도곡동 소재 타워팰리스에서도 박 상무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박 상무는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로 불리는 꼭대기층에 100여 평짜리 집을 갖고 있다.
타워팰리스에 집을 갖고 있는 삼성 인사들은 이학수 부회장, 윤종용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주요 임원들뿐이다. 박 상무의 사실상 지위가 이들 임원들에 뒤지지 않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박 상무가 지난해 승진 당시 화제에 오르면서,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박 상무의 오빠 또한 재계인사들 사이에 그 이름이 오르내렸던 바 있다. 박 상무 남매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에서 동시에 상무로 승진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