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씨는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반 장관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당시 집 근처에 생긴 화학비료공장에 아들을 데려가 외국인들과 친구가 되도록 했다. 당시엔 초등학교에 영어수업이 없던 시절이었다. 반기문 장관의 초등학교 동창인 한승수 교현초등학교 교장은 “반 장관의 어머니가 선각자였다. 어머니의 가르침과 가정교육이 반 장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고교 3년 때 적십자사 주최의 영어 웅변대회에 나가 입상하고,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인해 그가 외교관의 꿈을 품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
아내 유순택 씨(61)와의 첫 만남도 고교 때였다. 한국의 학생대표로 미국에 가게 된 반 장관을 위해 당시 충주여고 학생들은 미국인들에게 전할 복주머니를 손수 만들었다. 이 선물을 전한 학생이 충주여고 학생회장이었던 유순택 씨. 두 사람은 반기문 장관이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듬해인 71년 서울 흑석동의 1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어머니 신 씨는 반 장관에게 공부는 물론 좋은 성품을 갖출 것을 교육했다고 한다. 어머니로부터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반 장관은 공부가 뒤처지는 친구들을 위해 자진해서 방과 후에 개인지도를 하기도 했다. 한승수 교장은 “나와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 (반 장관이) 지금의 반장인 학급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하고 전혀 다투는 일 없이 통솔력 있게 리더의 역할을 잘 해냈다”고 평했다.
한 교장은 친구인 반기문 장관이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을 맡고 있던 지난 2003년 모교인 교현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당시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당시 한 교장이 ‘나 대신 모교 교장을 맡아보면 어떻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더니 반 장관은 한승수 전 장관과 ‘동명’인 한승수 교장에게 “나는 항상 ‘한승수’를 모시는 사람이야”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교장이 최고인데 자신보다 윗자리라며 한 교장을 추켜세웠다는 것.
반기문 장관과 한승수 전 장관의 인연도 각별하다. 2001년 한승수 외교부 장관의 발탁으로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반 장관은 평소에도 “한승수 박사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항상 존경과 가족 같은 마음으로 모셔왔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반 장관은 올 초 유엔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 주미대사와 유엔총회의장을 지낸 한 전 장관에게 사무총장 선거출마를 제의하고 청와대 고위층에도 이 같은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