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햇볕정책 옹호 등 ‘반한나라’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14일 손학규 전 지사를 만나 최근 여권의 러브콜과 정국에 대한 그의 시각, 그리고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의 검증논란에 관한 입장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손학규 전 지사와는 지난 1월 <일요신문>의 대권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의 재회였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시시각각 급변하며 새로운 현안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손 전 지사의 최근 행보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꾸준히 한걸음씩 내디디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그가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지지율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지지율보다 ‘범여권후보’로서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13일 SBS와 <중앙일보> 등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선후보로 20.9%를 기록해 정동영 전 의장(14.4%)을 크게 앞질러 1위로 나타났다. 불과 보름 전 조사(12.4%)보다도 8%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이면서 범여권후보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정치란 원래가 하루가 다를 수 있고 또 정치가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행동하기가 어려운 일이기에 엄연히 하나의 현실이다.
여권의 러브콜은 손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사안이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나 거부의사를 밝혀왔고 최근에는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엔 좀더 솔직한 속내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가 공식적으로 수차례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여권의 러브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고맙다면 고마운 일이다. 요즘은 조심스러워서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도 못하고 만나지는 더 못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대포라도 한잔하고 그랬을 텐데…. 그저 의원생활을 같이 했던 분들이 그런 호의를 갖고 나를 평가해 준다고 하는 것들이 고마울 뿐이다.
―왜 그토록 여권에서 손 전 지사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분들 역시 우리 시대가 어떤 인물과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가 아니겠나. 그러다보니 지금 현재 여권에 있는 분들로는 약하다는 게 전제가 되고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본선경쟁력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두 가지를 생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에게 바라는 것도 그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시대적 요구와 본선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을 후보로 뽑도록 해야 한다.
―얘기한 대로 본선경쟁력을 평가받으려면 먼저 당내 경선에서 이겨야 하지 않나. 여권에서도 손 전 지사가 당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건네는 제안 아니겠나.
▲그건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내 지지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겨야 되겠다는 각오가 절실해지면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들이 앞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고 여권이 공백상태 아닌가. 그런 상황이니까 여권에서 제대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없고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나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상태가 그대로 대통령 선거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주자 세 사람의 지지율이 80%에 가깝다. 대선이라는 것은 결국 45:55의 싸움이다. 경쟁이 보다 첨예하다면 50.5:49.5까지 갈 수도 있다. 인구가 2억이 넘는 미국의 대선에서도 30여만 표로 승부가 갈리지 않나. 그런 것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일반적 추세다.
―현재 지지율 80%를 휩쓸고 있는 세 주자 간의 접전 양상이 벌어지려면 일각의 예상대로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가 갈리거나 손 전 지사가 외부로 나가 경쟁하는 구도가 벌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 얘기는 상상력이라고 하는 게…. 주어진 현실에서만 봐선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 손학규 전 지사는 후보검증 논란에 대해 어느 쪽이든 떳떳하게 정도를 걸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 ||
―햇볕정책 주장 등 최근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입장과는 반대되는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가.
▲내가 주장하는 얘기들은 그것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 냉전논리와 수구보수주의의 논리를 고집한다면 나라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적 추세다. 한반도의 교류 협력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난 나라가 가야 할 기본적인 미래와 방향을 밝히는 것이고 한나라당으로서도 그렇게 해야 집권을 할 수 있고 집권을 한 후에도 나라를 제대로 경영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여권에서는 누가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국현 사장, 박원순 변호사, 정운찬 전 총장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건 내가 지금 얘기할 바는 아닌 것 같다. 그분들도 현재로서는 나선다, 안 나선다 하는 잠재적인 논의의 과정에 있고 언론의 추측과 본인들의 부정이 있는 상황 아닌가. 본격적인 논의 단계도 아니고 잠재적 논의 단계에 있는 분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6자회담 타결로 인해 손 전 지사가 주장해온 햇볕정책 지지발언이 힘을 얻고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내가 김 대통령 집권 중에 정치인으로 있을 때부터, 또 도지사로 있을 때도 계속해서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연설기회나 발표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것이다. 그리고 ‘햇볕정책’은 대북포용정책을 김대중 대통령이 브랜드화한 것이고 내가 얘기하는 대북포용정책은 나 스스로 지지하고 실천해 왔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의 교류협력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그건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했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도지사로 있을 때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경제협력정책을 폈다. 나의 협력정책은 단순한 인도적인 지원을 뛰어넘어 북한경제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취지였다. 북한 주민들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최근에 어느 신문에서 ‘북한 어린이들의 키를 3㎝ 늘리자’는 캠페인을 했는데 바로 그거다. 벼농사 협력 사업도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다. 나는 ‘북한경제재건 10개년 계획’을 제안한다. 이건 도지사로 있던 2005년에 발표했던 ‘남북한 평화경영정책’의 일환이다. 단순히 남북한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남북경제 상생발전에 활용해야 한다.
―북한 경제개발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손 전 지사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햇볕정책은 무엇인가.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현재의 ‘퍼주기식’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인가.
▲나의 대북포용정책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퍼주기식’ 햇볕정책과는 다른 것이다. 퍼주기식 정책은 무조건 갖다 주고 현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지만 나는 경제발전을 위한 근간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 서대문 선거캠프에 있는 <주몽> 패러디 사진. | ||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간의 검증 논란이 한나라당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보는가.
▲국민들로서는 떳떳한 대통령을 맞이하고 싶은 것이고 당으로서는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놓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자연스럽게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선거라는 것 자체가 ‘검증’ 과정 아니겠는가. 어느 쪽이든 떳떳하게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X-파일에 대해서는 물론 알고 있을 것 같다. 실체가 있다고 보는가.
▲난 모르겠다(웃음).
―박근혜 전 대표 측 정인봉 특보의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는데 적절한 결정이라고 보는가.
▲자세한 내용을 내가 잘 몰라서….여하튼 당 전체가 의연하고 떳떳하고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중 누군가가 경선에 응하지 않을 경우라도 손 전 지사는 경선에 응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
▲그런 가정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겠다. 그저 내 길만 뚜벅뚜벅 갈 것이다. 정치인의 발언을 한쪽 코너에 몰아놓고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얘기가 당장은 흥밋거리를 제공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불신을 만드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대선주자 검증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 과정이 올바르게 진행되리라고 보나.
▲당이 알아서 잘 하리라고 본다.
―당 경선준비 위원회에서 고진화 의원의 대리인을 참여시키지 않아 고 의원 측에서 반발하고 있는데.
▲당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 기준이 적절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라면 거기에 따라야 하지 않겠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과 공정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 달 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네거티브 공격에 당당한 후보가 본선에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렇다면 먼저 당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인가.
▲상황의 변화는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내 길을 걸어갈 뿐이고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