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에 참석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사진출처=김무성 페이스북
친박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친박 의원은 ‘무대의 쿠데타’라고도 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한 발 물러섰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그는 “현재와 같은 틀과 정치 구도 속에서 대통령 10년 하면 뭐하겠나”면서 “망국적인 정치 풍토를 개혁하려면 여야 간 권력을 나누는 연정의 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년 전과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줄곧 선두권을 달렸던 여권 유력 잠룡이었다. 현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 전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좀처럼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김 전 대표의 개헌 카드를 놓고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중 ‘반-김 연대‘ 시나리오가 관심을 끈다. 김 전 대표는 평소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강조해왔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맡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통치 방식이다. 반-김 연대설은 김 전 대표가 총리로 내각을 이끌고 반 총장이 외치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을 대권 후보로 내세우고 총리를 맡는 방식은 김 전 대표의 입장과 다르다. 대권 출마를 가로막으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김 전 대표가 반 총장과 함께 권력을 나누기 위해 개헌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에서 비롯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 2016년 1월 1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18.3%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0월 2주차 조사에선 4.5%로 7위까지 밀렸다. 대권잠룡의 마지노선인 5% 지지율마저 무너진 것이다.
정치권에 떠돌고 있는 반 총장의 낙마설도 반-김 연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자와 만난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지역의 바닥 민심은 다르다. 새누리당의 지지자들 대부분이 반 총장의 당내 경선 완주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의외로 헐겁다. 메가톤급 변수가 생기면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김 전 대표 지지율이 높았을 때도 개헌을 강조했다. 개헌은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소신이다. 지지율이 낮아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년에 정개개편이 개헌의 형식으로 이뤄질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도출될 수 있다. 반 총장과 김 전 대표는 여권의 주자다. 다른 주자들과 급도 다르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강성 친박이 반 총장을 계속 후보로 옹립하려고 하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개헌이 돼서 새누리당 내 비주류 중심으로 판이 뒤집어지면 반-김 연대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은 귀국을 해도 ‘친박의 후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적으로 반 총장은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후보가 될 때 손을 잡을 것이다. 친박의 불안감은 반-김 연대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반 총장과 김 전 대표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지지율이 안 나오고 있다. 양쪽이 지지율 하락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반-김 연대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선 과정에선 수도 없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때문에 양측이 강력히 부인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