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영어 애칭과 자유로운 복장 등 카카오 기업문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내분위기는 전혀 수평적이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으로 김 의장은 회사에서 브라이언이라고 불린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카카오에는 임원실이 따로 없다. 대표를 비롯한 부문장들은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업무를 본다. 차장, 과장 등의 직급도 없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문장과 파트장만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취임한 임지훈 대표는 기존의 자유로운 문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수평적인 소통을 강조한다. 임 대표는 매주 화요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순한 공지의 자리가 아니라 참석한 사람 모두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는 토론의 장”이라며 “회사에 관한 주요 내용들을 모든 구성원에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 역시 서로 영어 애칭으로 부르고 복장도 자유롭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카카오뱅크 내 직원들 간 문화적 마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직원은 140여 명이다. 이중 3분의 1 정도가 카카오 출신이고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 등 기존 금융권에서 경력직으로 이직한 인력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한 카카오 직원들과 보수적인 문화에 젖어 있는 기존 금융권 출신 직원들이 서로 융화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카카오뱅크는 경력직 모바일뱅커 60여 명을 채용 중이다. 채용이 완료되면 금융권 출신 직원 비율이 더 높아진다.
카카오뱅크의 지분은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가 54%, 카카오와 KB금융그룹이 각각 10%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가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다. 현행법상 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는 10%로 제한되기 때문에 카카오의 지분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10% 지분으로는 경영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사 주주들이 경영에 개입할 것이고 결국에는 기존 금융권의 기업문화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한국금융은 카카오뱅크 운영 방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한국금융은 카카오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며 “회사 경영도 주주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맞춰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금융 관계자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의 문화를 고수할 수 없다”며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이니만큼 카카오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다음의 사례도 카카오뱅크의 내부 갈등을 우려하는 한 이유다. 2014년 5월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합병한 후 다음 출신 일부 직원이 카카오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한 직원은 “합병 후 사내 인트라넷에 카카오 출신 직원들이 다음과 비교해 일은 적게 하면서 연봉만 많이 받는다는 글이 몇 번 올라왔다”며 “한 다음 출신 직원은 퇴사하면서 ‘출신에 따른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크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평소 퇴사율과 큰 차이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기업 간 합병 과정에서 으레 겪는 일이지만 다른 기업의 경우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퇴사율”이라고 반박했다.
또 카카오뱅크의 상황은 카카오·다음 합병 때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앞의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다음 합병은 직원들이 원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지만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본인이 원해서 입사한 것”이라며 “입사할 때 기업문화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했기에 본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입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내부.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오히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문화보다 기존 금융권 문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앞의 카카오 직원은 “애칭이나 복장 등 겉에 보이는 부분만 카카오처럼 할 뿐 실제 사내 분위기는 전혀 수평적이지 않다”며 “카카오 출신 직원들은 근무 환경에 대해, 금융권 출신 직원들은 이도저도 아닌 분위기를 조장한다며 서로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야근을 하지 않고 주말에도 쉰다”며 “그러나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매일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어 카카오 출신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단독] 어긋난 수평적 문화…A 부사장 부하직원 멱살잡이 논란 지난 7월 11일 A 부사장이 한 직원의 멱살을 잡은 사건이 발생해 직원들 사이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를 강조하는 카카오에서 임원이 부하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날 A 부사장은 카카오 본사 건물 1층 로비에서 해당 직원의 멱살을 붙잡고 밖으로 나갔다. A 부사장은 피해자의 업무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않았다며 폭언을 퍼부었다. 직원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자 A 부사장은 오해를 풀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윤리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A 부사장의 올해 연봉 25%를 삭감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의 징계 수위는 견책, 감봉, 정직, 해고로 정해져 있으며 감봉은 월 급여의 10%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A 부사장이 받은 연봉 25% 삭감은 엄격한 징계다. 윤리위원회는 카카오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A 부사장이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고 피해자의 상위 조직장인 점을 고려해 엄격하게 징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