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 격인 정두언 의원(왼쪽)은 검증 논란에 대해 당내 후보끼리 상처내지 말고 언론과 국민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캠프의 최경환 의원(오른쪽)은 경선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을 네거티브로 몰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 | ||
<일요신문>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대표적인 ‘저격수’를 만나 정치현안과 양 캠프의 쟁점사항에 대한 입장을 들어 보았다. 이명박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최경환 의원이다. ‘’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의 원내 ‘대변인’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종종 이 전 시장의 입장을 솔선수범해서 전하고 있는 그는 인터뷰에 매우 능한 편이다. 정 의원은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농담을 섞어가며 노련한 멘트를 내놓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앞으로 본격적인 경선 과정이 진행되면 의원들의 참여가 많아질 테니 난 할 일이 줄어들 것 같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대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솔직히 말해 너무 지루하다. 레이스가 너무 길다. 경선이라도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8월까지 늘려놨으니 말이다. 빨리 경선을 치르고 체제 정비도 하고 외연 확대도 하고 후유증도 있을 테니 치유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 답답하다. 손학규 전 지사 때문에 늘린 건데 정작 그 양반은 나가버리고. 경선이 재미있기는 그른 것 같다(웃음).
―경선 룰과 관련해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박 전 대표 측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박 전 대표가 2002년 2월 탈당할 때 국민 참여 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탈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 참여 방식을 넣은 것이 혁신위 안이었고 여기에 더 국민 참여를 늘리자고 한 것이 오픈프라이머리다. 이미 확정된 것을 가지고 자꾸 박 전 대표 측에서 국민 참여 비율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의 원칙이 있으니 그대로 따르면 된다.
―경선 룰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중재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은 없나.
▲당 지도부에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강재섭 대표가 책임질 부분이다. 룰이라는 것은 디테일한 부분이 중요한 건데 그것을 마무리하지 않고 합의됐다고 밝힌 것이 잘못이다.
―강재섭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을 지목해 줄서기를 비판했는데.
▲줄서기는 무슨 줄서기인가. 어차피 정치인들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선택을 줄서기라고 한다면 정치적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니고 이재오 최고위원이 줄을 세운다고 서겠는가.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줄서기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말이다. 아예 그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6월로 예정된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 대해서 한나라당 내 박 전 대표 측 인사들 중에서는 경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 측 인사들이 대거 당선된다면 8월 경선에서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두언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이긴 자가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원칙대로 하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원래 원칙은 박 전 대표가 좋아하는 건데 요새는 원칙을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호남지역 당원 입당과 관련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의 동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입당작업은 열심히 하지만 특히 호남에서는 잘 안 된다. 이 전 시장이 잘 되는 이유는 이런 거다. 호남사람들에게 한나라당 입당하라고 하면 화를 낸다. 하지만 ‘입당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명박 지지서명이라고 생각하고 써주십시오’라고 하면 써주는 거다. 생트집이라는 말이 딱 맞다. 박 전 대표 측에서 같이 하다가 본인은 안 되니까 상대방을 향해 뭐라 하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거품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경선이 끝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까지 우리에게 올 테니까 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조정이 필요하다. 고건 전 총리가 낙마한 뒤에 그 표도 왔었다. 여권후보가 가시화되면 그 표가 다시 빠져나갈 것이다. 여권성향의 표가 빠질 것이기 때문에 그때 되면 지지율이 낮아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정 작업일 뿐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전여옥 최고위원이 ‘두 후보가 받는 70%의 지지율이 착시’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맞는 얘기다. 여권후보가 없기 때문에 그런 착시현상이 당연히 나온다. 49:51 싸움이라고들 하는데 이번만큼은 45:55, 40:60까지 가리라고 본다. 여기에 여권 후보가 없으니까 한나라당에서 아무나 나가도 된다는 것은 착시다. 45%후보나 20%후보나 다 대통령 될 거라고 보지만 그건 잘못이다.
▲ 이명박-박근혜 두 대권주자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3월 9일 한국노총 행사에 참석한 두 사람. | ||
▲실험은 무슨 실험인가. 경선에서 질 게 뻔해도 차기를 노린다면 참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차기를 보지 않고 당장 이번에 결판을 보겠다고 하니 당을 나간 것이다. 부족한 점을 채울 생각을 해야지 박차고 나간다면 그건 교육상 안 좋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검증 논란이 더 본격화될 텐데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박 전 대표의 검증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당의 화합을 위해 우린 검증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꼴이 우스운 거다. 지금 서로 흠집 내자는 건데 그렇게 상처를 입혀서 본선에 출전시키는 바보 같은 당이 어디 있나. 검증이란 것은 언론이 하고 당이 하고 국민이 하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앞서 간다면 언론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검증을 요구할 것이다.
―‘이명박은 한방이면 날아간다고 소문내고 다니는 의원’을 거론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는 않았나.
▲이니셜로 기사가 나가긴 했지만 어느 기자도 내게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거론하면 당사자들이 당당하면 입을 열고 떳떳하게 밝힐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숨어버리더라.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최경환 의원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기획·홍보 분야를 담당하며 부본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뒤 언론과 접촉을 늘리며 박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 6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 의원은 질문 하나하나에 매우 성의를 다해 답변을 했다. 답변 내용도 매우 일목요연했다. 양 캠프의 쟁점 사안에 대해 주로 물었기 때문에 전날 정두언 의원에게 던진 질문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는데 예상대로 최 의원의 답변은 정 의원의 얘기와 상반되는 것이 많았다.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오는 어떤가.
▲한나라당이 이번에도 정권창출에 실패한다면 그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 한나라당에게 이번은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영원히 버릴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정권교체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한다.
―경선 룰에 대해 이 전 시장 측과 의견이 다른데.
▲경준위에서 만든 2:3:3:2라는 큰 원칙에는 합의했고 현재는 문구 조정하는 단계다. 그런데 합의한 것을 뒤집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20%의 여론조사 방식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당내 선거에 적용했던 방법이다. 지난 번 5·31 지방선거에서도 모두 유효표의 20%를 적용했었다. 이건 중재안이고 뭐고 얘기할 것도 없는 억지다. 이재오 최고위원 역시 지난 번 당대표 경선에서 마찬가지 방법으로 적용해 선거를 했다. 이건 당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인식돼 왔던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경준위 합의할 때 제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 대해 최경환 의원 역시 당헌당규에 있는 원칙대로 6월에 하는 것에 동의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연기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 지도부 입장에서 경선 전의 대리전 양상이 될까 염려하기 때문에 나온 의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