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확보도 쉽고 막대한 상장차익
책임경영과 글로벌 경영 강화 차원에서 김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다는 논리인데 일부 업계 인사들은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김 회장이 (주)한화의 대표이사직만을 맡았던 것은 (주)한화가 사실상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한화와 더불어 한화석유화학이 일부 계열사를 지배하고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주)한화가 한화석유화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화만 장악하면 그룹 경영에 큰 문제는 없는 셈이다. (주)한화는 지난해 한화석유화학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 지난해 지분 14.09%를 추가 매집해 지분율을 종전의 24.21%에서 38.30%로 끌어올린 것이다.
김 회장이 올 들어 굳이 여러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으려 했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이번 폭행사건에서 드러난 김 회장의 자식사랑(?)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전초작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된 5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 기업이다. 그룹 총수 입장에선 기업공개가 이뤄진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사의 지분 확보가 훨씬 용이하다. (주)한화 혹은 한화석유화학이 5개 계열사의 지분을 거의 대부분 소유하고 있으며 김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지분은 없다.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어렵지 않게 확보한 뒤 그룹 차원에서 해당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자산가치를 높이고 나서 상장시키는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상장 차익으로 (주)한화나 한화석유화학 같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확보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우량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김 회장 아들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이미 한화S&C에서 볼 수 있다. 김 회장 장남인 동관 씨가 한화S&C 지분 66.6%를, 차남 동원 씨와 삼남 동선 씨가 각각 16.7%씩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아들 삼형제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화 S&C가 그룹 차원의 물량 지원을 받아 자산가치를 높인 뒤 상장을 하게 되면 김 회장 아들들은 엄청난 차익을 누릴 수 있으며 이는 (주)한화 지분 추가 매입에 이용될 수도 있다.
김 회장이 새로 대표이사를 맡은 5개 계열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다 합치면 15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그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화종합화학은 2005년 159억 원 적자에서 2006년 107억 원 흑자로 전환돼 1년 새 무려 266억 원의 수익 신장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순이익을 100억 원 끌어올렸고 같은 기간 동안 한화테크엠은 72억 원, 드림파마는 68억 원의 순이익 신장을 각각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2005년 당기순이익 930억 원에서 2006년 425억 원으로 떨어져 하락폭이 컸으나 이는 대부분 환차손이나 지분법 평가손실 등의 영업 외 비용에서의 손해였을 뿐 영업이익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김 회장의 대표이사 명함에 알짜 계열사들만이 추가된 셈이다.
김 회장의 장남 동관 씨는 83년생으로 우리나이로 25세다. 경영수업 참여가 머지않은 연배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한화그룹은 지난해부터 김 회장 아들들의 (주)한화 지분 확보에 가속을 붙여왔다. 지난해 7월 당시 장남 동관 씨의 (주)한화 지분은 3.11%였으며 동원 씨와 동선 씨는 각각 1%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19일 한화증권이 (주)한화 지분 200만 주를 내놓으면서 동관 씨가 100만 주를, 동원 씨와 동선 씨가 각각 50만 주씩을 사들였다. 이로써 동관 씨 지분은 4.44%, 동원 씨와 동선 씨 지분은 각각 1.67%에 이르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도 한화 총수일가賽 지분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김 회장 모친인 강태영 씨가 보유하고 있던 (주)한화 지분 전량을 천안북일학원에 증여하면서 강 씨는 대주주 명단에서 빠지고 대신 천안북일학원이 (주)한화 지분율을 종전의 0.39%에서 단숨에 1.83%로 높였다. 공공재단 특성상 별도의 증여세를 물지 않는 동시에 총수일가 우호지분을 유지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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