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연일 30%에 육박하는 따끈따끈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촬영장은 오히려 냉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게다가 김희애 배종옥 김상중 등 막강 연기파 배우들이 진을 치고 있는 데다 일찌감치 대본을 건네는 것으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특성상 ‘쪽대본’ 등에 따른 대본 스트레스도 없어 보이는 촬영현장이 이처럼 냉랭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자가 직접 드라마 촬영 현장을 찾았지만 분위기가 너무 날카로워 제대로 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그 이유에 대해 “드라마가 워낙 격정적인 감정신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라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특히 촬영장에서 유독 단독 촬영이 많은 김희애는 최근 아내와 자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준표’(김상중 분)를 바라보는 ‘화영’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 역시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예민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매우 예민해진 상태라고.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냉랭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것.
제작진은 배우들의 고생이 너무 심하다며 그들의 프로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예민한 감정연기로 힘겹게 촬영을 계속해야 하는 배우들이 잠시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품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이니.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