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9일 칸영화제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전도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두 사람의 첫 번째 만남은 그해 각종 영화제에서 이뤄졌다. 우선 대종상에서 이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과 각본상을 수상했고 전도연은 신인여우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룡영화제에선 이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의 영예를 안자 전도연은 신인여우상으로 화답했다.
그냥 그런 조연급 배우에서 일약 스크린 스타로 발돋움한 전도연의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약속>으로 흥행배우 타이틀을 단 뒤 <내 마음의 풍금>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고 <해피 엔드>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연기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도연이 심은하 고소영과 함께 뉴 트로이카 시대를 열어가는 동안 이 감독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주도하며 영화계의 중심부로 다가갔다. 임권택 감독이 삭발 투쟁을 벌이는 등 영화계 전체가 투쟁의 길에 나섰을 당시 전도연은 피켓을 들고 맨 앞줄에서 시위에 참여했고 이 감독은 정책대변인으로 투쟁 전반을 주도하며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갖는 강점은 꾸준한 활동에 있다. 2~3년 씩 CF만 촬영하며 휴식기를 이어가는 여느 톱스타들과 달리 전도연은 계속해서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의 폭과 깊이를 넓혀갔다. 그의 저력은 2005년 <너는 내 운명>에서 폭발했다.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이 영화를 통해 전도연은 그해 열린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독식하며 진정한 한국 영화계 최고의 여배우로 거듭났다.
이 감독 역시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한국 영화계뿐만 아닌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성장했다. 다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두 사람의 만남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 감독은 그간 설경구 문소리와 같은 무명의 신인 배우들과 작업했는 데 반해 전도연은 이미 최고 인기의 흥행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기 때문.
결국 <밀양>을 통해 두 사람의 본격적인 세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전도연 입장에서는 이 감독의 능력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오죽하면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 제의에 OK했을 정도다.
이 감독 입장에선 정계 외도를 마치고 돌아온 만큼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한 배우가 절실했다. <초록물고기> 당시 무명의 조연급 배우이던 송강호는 그 사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고 그 짝을 이룰 배우로 전도연이 낙점된 것. <밀양> 제작진은 “스타성을 갖춘 배우 가운데 전도연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전도연이 <밀양>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뒤 문제가 발생했다. 흔쾌히 출연을 약속한 전도연이 시나리오를 읽은 뒤 출연 제안을 거절한 것. “시나리오를 보고 자신 없어 거절했는데 감독님을 만나 여러 가지 말씀을 듣고 신애가 겪는 감정을 이해하게 됐다”는 전도연은 “감독님을 만나고 다시 시나리오를 보니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고통의 끝이 어딘지, 한번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계의 혜성처럼 등장한 두 영화인이 <밀양>이라는 접점에서 만나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더욱 더 기대가 집중되는 부분은 앞으로 그들의 행보다. 어느새 그들이 한국이 아닌 세계영화계를 환하게 비출 진정한 스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