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그는 현재 양 주자의 격렬한 경쟁이 결국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의 전망은 “7월 중순까지 홍준표 대안론이 뜨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장담이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대통령을 꿈꾸며 대선주자로 뛰어들었겠지만 대중들은 그에게 또 다른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나라당 저격수’라는 대표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양 주자들의 팽팽한 공방전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해 낼 것이라는 기대다. 1, 2차 토론회를 거치며 일부에서는 약하다는 평도 없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날카로운 지적을 해 가며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도 많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경선 참여를 시사해온 그가 뒤늦게 전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빅2’에 집중되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구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일까. ‘배를 저어가자 거센 바다 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홍 의원의 휴대폰 컬러링에는 ‘희망의 나라로’가 담겨 있었다.
근래 많은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던 홍준표 의원과는 인터뷰를 약속한 날 몸이 좋지 않다고 해 한 차례 ‘펑크’를 감수해야 했다. 다음 날 대전으로 이동하던 차안에서 전화로 연결된 인터뷰. 그럼에도 휴대폰을 통해 전해져 오는 홍 의원의 목소리는 힘이 넘쳐났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다소 센 듯한 사투리 억양을 구사하는 소박함이 트레이드마크지만 인터뷰 도중 ‘껄껄껄’ 웃으며 답변에 양념을 더하는 센스도 갖고 있는 노련한 ‘정치꾼’이기도 했다. 다음날 교육·복지 분야에 대한 2차 정책토론회를 앞두고 있던 그에게 먼저 1차 토론회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난 1차 정책토론회에 대한 자체적 평가를 듣고 싶다.
▲나는 ‘서민경제론’을 주창하고 있는데 이것의 본래 취지는 가진 자의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없는 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정책을 펴자는 것이다.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의 경제론은 재벌경제론이다. 예를 들면 출총제와 금산법을 완화하자는 것 모두 불과 25개 미만의 재벌기업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나는 출총제, 금산법은 이대로 두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입대체효과를 이룰 수 있는 기업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나라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번 토론회 때는 대운하 이야기를 하느라 기조발조 때 외에는 서민경제론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그런 점에 아쉬움이 좀 남는다.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홍 의원이 양 주자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가 크다. 1차 토론회에서는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1차 토론회에서는 양 주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변명하는 것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흥미 면에서는 반감됐다. 정책이라는 것은 자기 정책이어야지 자문교수단의 정책은 후보가 그냥 읽는 것에 불과하다. 1차에선 사실상 일문일답도 못 하게 했고 지루한 답변이 길어 생동감도 떨어졌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충분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고 보나.
▲부족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양 후보 측에서 대운하 공방이 계속 이루어졌다. 그 모습을 보니까 이명박 후보 측의 방어논리가 적절치 않더라(웃음).
대운하에 대해 ‘청계천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했다’는 것을 논지로 내세우던데 청계천 복구는 환경복원의 개념이었다. 그래서 서울시민이 2년간 교통 불편만 참으면 됐다. 하지만 대운하는 기본적으로 환경 파괴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 실상을 알게 되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운하에서 배사고가 나면 경유가 뜰 텐데 낙동강은 페놀유출사고가 나서 부산 대구 시민들이 공포에 떤 일도 있다. 상수원에 배를 띄우는 사례는 없다. 상수원 4km 앞에 도수로를 새로 만든다는 얘기도 하고 있던데 이 자체가 환경 파괴이고 이것을 만들려면 비용만 수조가 들어갈 것이다.
―홍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전 시장이 한 인터뷰에서 이중 안전장치를 하면 배가 전복돼도 기름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게 말이 되나. 우리나라 연근해 오염사고가 작년에 355건이었고 10㎘ 이상 기름유출사고만 26건이 있었다. 망망대해에서도 그런 사고가 있었는데 그 배들은 이중 안전장치를 안 해서 사고가 나는 건가. 그 논리는 차를 튼튼하게 만들면 교통사고가 안 난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을 위한 정치적 선택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 또 이 전 시장이 나중에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어차피 정책 검증을 당하게 된다. 내가 미리 야무지게 검증을 하는 것이 이명박 후보에게도 나쁜 게 아닐 것이다.
당내 개혁세력을 대변하던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뒤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졌다는 지적으로 인해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손 전 지사를 대신해 원희룡 의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푸념도 들려왔다. 동시에 독보적인 양 주자 사이에 끼어든 홍 의원이 ‘빅3’ 대열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손 전 지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는 홍 의원은 “두 주자의 검증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 흠집내기가 계속된다면 홍준표 대안론이 뜰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그는 “7월 중순까지 홍준표 대안론이 뜰 것인지를 눈여겨봐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안론’을 확신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
▲7월 중순에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았는데 이미 한 달 앞당겨서 양측 검증공방이 본격화됐다. 앞으로 두 주자가 서로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다 싫어할 것이다. 두 사람 빼고 대안이 누가 있는가를 찾다보면 홍준표에게 집중될 수 있다. 그 때를 한번 기다려 보겠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나머지 세 사람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정책 지향점도 비슷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단일화하는 것이 맞다. 되지도 않을 세 사람이 힘을 합쳐야 그나마 빅2에 대항하는 대안세력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전에 두 후보와의 의견교류는 없었나.
▲출마하기 전에 남경필 의원과 이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정 시점이 되어서 세 사람 중 빅3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부각되면 단일화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을 나누었다. 남 의원에게 단일화 작업을 하는 데 앞장을 서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앞으로 이 작업은 계속 진행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선 공세가 약한 편인데 박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박근혜 후보의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원칙 세우자’는 공약은 이미 한나라당이 지난 5년간 줄곧 내세워 왔던 ‘정책’에 불과하다. 박근혜 후보의 독특한 공약이 아니다. 열차 페리도 TCR 계획이 완성되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오히려 TCR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별달리 검증할 게 없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박 후보의 ‘줄푸세’ 공약은 당연한 이야긴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건 공약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두언 의원의 살생부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5일 기자회견에 앞서 홍 의원은 “이번 교육복지정책 비전대회를 마치고 나면 나도 공천 탈락될지 모른다”며 정 의원의 살생부 발언을 빗댄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꺼내니 홍 의원은 “그건 농담이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두언이가 무슨 공천권자나 됩니까”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정 의원도 그 발언으로 아마 윤리위에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건 아직도 대통령이 되면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황제적 대통령제’인줄 알고 있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놓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간의 경쟁을 바라보는 심경은.
▲두 후보가 예선이 전부인 양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예선만 되면 본선은 거저먹는다는 생각으로 예선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데 검증은 검증위원회에서 철저히 하도록 하고 정책 검증만을 철저히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양 주자가 검증위원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측에서도 직접 검증문제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겠나. 박 전 대표 측에서 이 전 시장과 관련해 8000억 재산설, BBK 연루설, 성 접대 의혹까지 다시 제기하고 있다. 대선주자의 검증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한다고 보나.
▲첫째 재산, 둘째 병역, 세 번째로 세금, 마지막으로 도덕성이다. 도덕성은 스캔들은 물론 모든 것이 포함되는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일 것이다. 나는 여자, 병역, 세금, 재산 등 어느 면에서도 전혀 검증당할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위원회에서도 홍준표 검증하자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웃음).
끝으로 만약 경선에서 지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될 인물을 지지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뛰어들었다’는 홍 의원의 답변은 “어느 누가 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