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이 곧 SK하이닉스를 지주사 SK의 직접 지배체제로 개편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SK그룹이 최근 내부적으로 중간지주 형태의 지배구조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정치권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이 추진되면서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 일가의 배당 수입을 늘리고 SK그룹 지주사 체제 정비에도 도움이 되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문제가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요신문DB.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요구한 것도 자극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하기 위해서 SK텔레콤 또는 SK의 인적분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SK와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며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강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서다. 현재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만일 삼성이 먼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할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SK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어렵게 취득한 SK, SK텔레콤의 자사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력한 방안은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로 SK하이닉스 등 자회사 지분을 떼어내 SKT지주(가칭)를 만들고 사업회사는 SKT로 남는다. 이때 발행주식의 12.55%인 자사주가 SKT지주로 넘어가며 의결권이 부활, SK그룹의 SKT에 대한 내부 지분율이 25.2%에서 37.8%로 높아진다. 이는 지배력과 함께 SKT로부터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SKT지주를 지배하는 SK와 최 회장이 수혜자다.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승격시키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 SKT지주와 SK의 합병, SK의 시스템통합(SI) 바이오 사업과 SKT지주의 SK하이닉스 지분 맞교환(swap) 등이다. 전자는 최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하락하는 단점이, 후자는 비용 지출이 수반될 수 있다는 단점이 각각 있지만 현금을 주고 SK텔레콤에서 SK하이닉스 지분을 사 오는 것보다는 유리하다.
현재 SK는 자사주 비율이 20%가 넘는다.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0.9%지만, 자사주를 뺀 의결권 지분율은 39%에 육박한다. 지분율이 조금 떨어져도 지배력에 큰 지장이 없다. 또 SK의 떼어낼 사업부 가치가 SK하이닉스 지분의 시가보다 낮지만 차액만 현금정산하면 된다.
일단 SK가 SK하이닉스를 SK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지배력이 25%에 불과한 SK텔레콤의 벽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당을 가져올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4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배당성향은 단 8%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이는 추세다. SK텔레콤만 하더라도 40% 전후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로 편입돼 배당성향을 높인다면 SK와 최 회장 일가의 배당수입도 급증한다.
이밖에도 SK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면 연결재무제표로 묶어 SK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주가 상승 역시 최대주주인 최 회장 일가에 유리하다.
이처럼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SK와 최 회장 일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SK그룹은 공식적으로 “그와 관련된 논의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작전세력이 퍼뜨린 루머”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증권가 일각에서도 SK텔레콤 인적분할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감안할 때 당장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요금 인가, 주파수 재분배 방식 등으로 정부와 국회의 통제가 심한 게 이동통신사인데, SK텔레콤을 인적분할 하면 통신 부문의 이익을 지주사로 넘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를 떼어내 SK로 붙이는 경우 SK텔레콤 주주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인적분할은 주주총회특별결의(참석주식의 3분의 2 찬성과 동시에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승인) 사안인데 49% 지분을 가진 SK텔레콤 외국인 주주들이나 SKC&C와 합병을 반대했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호락호락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최열희 언론인
‘차량 정비 완료…급할 것 없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느긋 재계 1위 삼성은 엘리엇이, 재계 3위 SK는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정점인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 지주체제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된 SK와 달리 현대차는 아직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못한 듯 보여서다. 하지만 현대차도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준비는 거의 끝난 상태다. 현대차가 전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8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제네시스900 신차발표회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야권이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오너 일가 지분율 30%에서 축소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 지분이 30%에 달하는 글로비스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정 회장이 비록 건재하지만 1938년생으로서 이미 80세를 바라보는 나이다. 내년 대선 전까지는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재벌 규제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정점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금지될 수 있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하려면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정 부회장이 사면 된다. 현재 가치로는 약 4조 3000억 원.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현대글로비스(23.3%, 1조 5000억 원)와 현대엔지니어링(11.7%, 3000억 원), 현대차(2.3%, 6700억 원), 기아차(1.7%, 2900억 원) 등 약 2조 9000억 원이다. 보유현금과 차입 여력까지 합하면 1조 5000억 원가량의 추가자금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다수 계열사의 주주로서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에 걸리는 기아차를 제외하면 정 부회장 보유 지분은 모두 현대모비스로 넘겨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양도세 부담이 있지만 기아차 지분은 내다 팔아도 된다.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율이 33.8%에 달해 경영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후계구도가 가장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 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데 굳이 정 부회장 체제로 외형 변화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아들들 간 경영권 다툼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정 부회장 체제로 변화가 가능한 게 현대차그룹이다”라고 귀띔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