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입사한 그는 1992년 전경련 사무국에 합류해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3년 2월 상근부회장에 올랐다. 1987년 이후 전경련 내부 직원이 최고위 임원이 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전경련 사정에 밝은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 내 ‘이승철 사단’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전했다.
전경련 측은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이유를 들면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전경련 해체 결의안이 발의된 데다 경제·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한 개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는데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 이 부회장은 (신임 회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본인 의지만으로 부회장직을 내려놓거나 연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퇴직해도 논란이 예상된다”며 “이 부회장이 받을 퇴직금만 많게는 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부회장이 (전경련 사무국 수장으로서) 퇴직금을 더 많이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이 있다”며 “정보기관도 관련 내용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주장한 규정에는 일명 ‘누진제’ 등이 포함돼 있다. 누진제는 10년을 근무하면 13년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가산해주는 제도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내부 지급 규정이 있지만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2002년께 직원들의 퇴직금을 연 단위로 정산한 뒤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재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가 작성한 전경련 재무제표에 따르면 전경련은 2013년 7억 7800만 원, 2014년 6800만 원, 2015년 5억 9100만 원의 퇴직금을 각각 지출했다. 일반 기업처럼 퇴직 시점에 쌓아둔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의 퇴직급여충당부채는 최근 2년 사이 27억여 원이나 늘었다. 2013년 53억 8200만 원이던 퇴직급여충당부채는 2014년 69억 3600만 원, 2015년 81억 1800만 원까지 늘었다. 퇴직급여충당부채는 회사 내 모든 임직원이 한꺼번에 퇴직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 총액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경련 소속 직원은 113명이며, 산술적으로 직원 1명당 7184만 원의 퇴직금이 책정돼 있는 셈이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앞의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퇴직 시 얼마를 받을지는 알 수 없으나 전경련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준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특히 임원은 일반 직원처럼 1년 재직 시 1개월치 급여만 받는 것이 아니라 2개월, 3개월치 급여를 더해 퇴직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직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장의 보수가 각 은행장에 준하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재계 대표 격인 전경련 임원의 보수는 대기업 계열사 임원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한 대기업은 임원 퇴직금 규정에서 4개월치 월급을 퇴직금 지급률로 산정했다. 예를 들면 5년 근무한 임원의 4개월치 월급이 1억 원이라면 퇴직금으로 5억 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경련이 지출한 총 급여는 92억 1300만 원, 직원 평균 연봉은 8100만여 원이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 등 임원의 보수는 전경련 회원사도 알 수 없는 ‘대외비’다.
전경련에 최고 수준의 연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임원 연봉이나 퇴직금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연초 이사회에서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한 보고를 받을 뿐 전경련 내부 보수 규정 등은 회원사가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각각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음에도 20억 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고액 퇴직금을 받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부회장에 취임한 2013년과 2014년 전경련은 각각 80억 원, 1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흑자 전환했지만 이전의 손실을 모두 만회하진 못했다. 전경련 측은 “특정인(이 부회장)의 연봉과 예상 퇴직금은 개인정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 나머지 회사 내부 일에 대해서도 외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