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후보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특히 박 전 대표 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곽성문 의원 등에 대한 징계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홍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를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언론에 보도된 사실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을 해야 한다”며 향후 검증 의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나라당 양 주자들은 앞으로 남은 40여 일 동안 모든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특히 지지율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계속해서 해명을 요구해 나갈 방침이다. 최근 들어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 역시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검증 국면에서 이 전 시장의 약점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막판 스퍼트에 나서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을 만나 이 전 시장과의 경선 경쟁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6월 26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약 50분가량 이뤄졌다. 홍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답게 조목조목 논리 정연한 답변을 내놓았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각종 현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근래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경부운하 보고서 조작 논란 사건. 보고서 조작의 배후가 아직까지 명쾌하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정낙형 건설기술연구원장, 최병선 국토연구원장 등 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결국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아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이다. 이 전 시장이 보고서 조작의 배후로 청와대와 노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유출과정에서 박 전 대표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도 당장은 박 전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시급함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보고서 논란을 키운 것에 대해 “본질을 무시한 처사이며 다른 의도가 담겨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각종 검증 공방이 가열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애꿎은 조작 논란을 확대시킨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진 소리는 못 한다”는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럴 땐 모진 소리 못하는 것도 흠”이라며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경부운하 보고서 조작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경부운하가 얼마나 허망한 구상인지를 제대로 밝혀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하도 말을 바꾸어서 이제는 줄거리를 잡기도 힘들 정도인데 결국 경부운하가 가진 허점에 대한 토론을 계속 연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 시장 측에서 내놓는 얘기를 일일이 상대하고 있지 않다. 목적은 다른 데 있으니까 말이다.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이 보고서 위 변조 정보를 박 전 대표 캠프 내부에서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위조나 변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정두언 의원이 참 괜찮은 사람인데 최근엔 종잡을 수가 없다.(웃음) 왜 갑자기 저렇게 되었을까…그냥 그런 안타까운 생각만 하고 있다.
―사석이나 공식석상에서 상대 캠프 사람들을 만날 기획도 많을 텐데 정두언 의원과는 서로 어떻게 대하나.
▲원래 내가 험한 말이나 모진 말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아니까 내가 그냥 씩 웃고 저도 쑥스럽게 웃고 그냥 그렇게 끝난다.(웃음)
―보고서 조작 논란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대검 중수부에서 사건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도 경부운하 토론을 그만큼 지연시키자는 뜻인데…아마 그 말을 했던 사람도 마음속으로는 부끄럽거나 쑥스러웠을 것이다.
―이 조사는 현재 진행되는 대로 경찰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보나.
▲이 후보 쪽에서는 (경부운하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지연시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될 것은 국민들이 정말로 귀신이다. 속는 것 같아도 절대로 속지 않는다. 왜 그렇게 계속 이 문제 제기했다가 저 문제를 제기하는지,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배후 조종을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하도 여러 가지 얘기를 해서 일일이 기억을 하지도 못하고 내 머리 속에 입력도 시키지 않고 있다. 경부 운하에 자신이 없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동문서답을 하거나 토론을 지연시킬 만한 다른 이벤트, 소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경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지연시킬 수 있겠나.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를 알리기 위한 대운하 설명회를 가지고 있는데.
▲국민들이 볼 만한 사진을 만들기 위한 홍보성 이벤트다. 경부운하가 과연 할 만한 사업인지 아닌지에 관해 그동안 전문가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한 소명이나 해명은 일체 하고 있지 않다. 토론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박형준 의원은 ‘박 전 대표 측 의원이 대운하 보고서에 관한 내용을자문 받은 인사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인사가 보고서 유통과정에 관련된 인물임을 의심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 캠프에서 강력하게 대응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온갖 막말을 다하는 사람들인데 (자문 인사가) 누구인지 알면 이미 얘기를 했을 것이다. 우리한테 묻는 것은 시간을 끌려는 의도일 테니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자문을 받은) 사람이 없다. 없는 일을 거기서 어떻게 알겠나.
―박 전 대표 측에서는 한국 교통연구원이 열차 페리 공약을 검토한 것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시장과는 상반된 입장이었는데.
▲Feasibility study(타당성 조사)를 전문 연구기관에서 한 게 있으면 우리는 가능한 공식적으로 달라고 해서 검토를 했을 것이다. 혹 우리가 알지 못하는 허점은 없는지, 우리가 챙기지 못했던 뜻밖의 이점은 없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유승민 의원더러 그 자료를 확보해 우리가 취할 점이 있나 자세히 살펴보라고 했다. 이명박 후보 쪽에서 정부연구기관이 경부 운하에 대해 연구한 것을 가지고 왜 저렇게 화를 냈는지도 수수께끼다.
▲ 박근혜 후보의 사진이 걸린 벽 앞으로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걸어가고 있다. | ||
한편 <일요신문>에선 ‘이명박 전 시장의 친형과 처남이 설립한 자동차부품 제조 회사 ‘다스’가 강동뉴타운 지역 인근에 건설 중인 대형 주상복합건물 사업에 관여했다’는 보도를 전한 바 있다. 박 전 대표 측 이혜훈 대변인은 이 보도를 인용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홍사덕 위원장은 “나는 우선 이 후보 쪽의 소명이나 해명을 기다려보라고 했는데 그쪽에서 ‘또 다른 음해’라고 말했다기에 대변인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딱한 일이다. 기사를 읽어본 사람들이 다 이해했을 일을 그저 음해라고 해서 넘어간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전 시장 캠프 일각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을 본격적으로 거론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당연히 해야 한다. 언론기관이 광범한 정보를 가지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원래 검증은 이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당 검증위원회의 사명이나 몫이 아니라 언론의 몫이다. 우리가 본받을 만한 나라에서 언론기관 이외에 당에다가 그런 기구를 두고 (검증을) 한 적이 어디 있었느냐. 사실 검증위를 당 내에 두지 않았으면 언론이 진즉부터 활발하게 했을텐데 그런 면에서 나는 실수했다고 본다.
―당 검증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원래 검증은 언론의 몫인데 당 내에 그런 명칭의 기구를 둠으로써 언론으로 하여금 이 일을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실책이라는 의미다.
―그럼 현재 당 검증위의 검증 결과에 대해 100% 만족하나.
▲다른 때 같았으면 이미 2~3월경부터 유력후보에 대한 언론의 실질적인 검증을 시작했을 텐데 올해는 유난히 늦어졌다. 그게 난 검증위원회라는 기구와 함수관계가 있다고 보는 거다.
―검증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운가.
▲고작 한 건,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문제와 박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에 대해서 말했을 뿐인데 무어라 평가하기 어렵다.
―지난주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박 위원장은 ‘이 전 시장 측에서는 한 번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의혹 검증을 요구한 바 없다. 앞으로도 100% 확실한 자료가 아니라면 검증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건 ‘하늘 천’자 보고 ‘천’이라고 읽는 것이나 똑같다.(웃음) 이 후보와 박 후보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박 후보의 경우에는 지난 20여년 사이에 국정감사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몇 번씩이나 거론됐던 사안을 새로 내놓는 구문들이고, 이 후보와 관련된 내용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부 금시초문인 사안이다. 이 후보는 몇 번 씩이나 수사했고 국정감사를 거친 (박 후보에 관한) 내용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박 전 대표에 관해 ‘너무 치명적인 자료라면 쉽게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차피 본선에서는 다 공개되기 마련이고 후보가 감춘다고 해서 다 감춰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하 관련 토론을 지연시키기 위해 모략에 가까운 이야기를 서슴없이 말했던 행태를 봐서 그런 자제를 했다는 것은 나로서는 뜻밖의 얘기다.(웃음)
―박 전 대표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나도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 최태민 목사 관련 루머 역시 앞으로 또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어떤 성역도 있어선 안 된다.
―그 부분에 관해 명쾌하게 해명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이미 한 월간지의 해명 요구에 대해 낱낱이 설명한 적도 있다. 엉뚱한 소동을 부려 검증을 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루머는 박 전 대표에게 계속해서 따라다니고 있는 꼬리표와 같다. 아직도 최 목사의 일가들이 박 전 대표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데 아예 개개인들이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공개하면 추가 의혹이 더 이상 안 나오지 않겠는가.
▲후보와 이전에 인연이 있었던 분의 일가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 하면…그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낱낱이 알아보고 후보에게 물어보면 된다. 박 후보는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답변을 다 했다. 최 목사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안 한 채 그저 변죽만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해 후보 자신은 굉장히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질문이 왔을 때 단 한 번도 회피한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 전 시장을 공격한 이후엔 박 전 대표를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다운 표현으로 극언을 하고 공격을 하고 그러지 않았나. 워낙 대중을 할 수 없는 분이니까 갑자기 정상적인 대통령인 듯 그렇게 처신할지도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그런 종류의 개입을 틈 있는 대로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걸 어떻게 하겠나.(웃음)
―여권 인사들이 ‘본선에서 박근혜와 싸우는 것이 더 쉽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응창기배 때 중국 기사들이 이창호에 대해서는 연구가 끝났다, 제발 이창호가 왔으면 좋겠다고 떠든 적이 있었다. 그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 싶다. 제일 무서운 상대를 피하기 위한 전략 아니겠나.(웃음)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이들이 유보층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당연하다. 마음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대체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 이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이 전 시장에서 떨어져나간 지지층이 박 전 대표에게 옮겨왔다. 안타까운 것은 그럴 때 이 후보 측에서 보인 반응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는 미안하니까 그만두겠으나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참 안타까웠다. ‘세상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등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지 않았나. 그 정도의 위기관리능력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가겠는가.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