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도 문 사장이 대권출마는 물론 정치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그는 또다시 9월로 결정을 미뤘다. 물론 비공식적인 입장이기는 하나 문 사장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문 사장은 19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회사 일정 등을 이유로 8월 말 이전에는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대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의 입장 유보 배경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중도하차한 사실에 비춰볼 때 문 사장도 결국 두 사람의 전철을 밞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문 사장과 회동한 직후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정 전 의장은 “문 사장은 성공한 중소기업인의 대표적 사례”라고 치켜세우며 문 사장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특히 “문 사장과 정책비전에 공유했고 정책적, 정치적 협력을 약속했다”는 정 전 의장의 발언 속에는 묘한 뉘앙스가 담겨져 있는 듯했다. 경쟁자 관계가 아닌 협력과 파트너십이 묻어 있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 전 의장과 문 사장이 이날 회동을 통해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문 사장의 심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사장이 범여권 대통합파가 추진하고 있는 컷 오프(예비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본 경선에만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심 컷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수 있는 현실적인 우려감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기자와 만난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사장이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면 그도 결국 중도하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다만 문 사장은 대권 도전을 포기하더라도 범여권 대통합 작업에는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킹메이커 역할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사장은 얼마 전 대선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과 ‘개혁연대’에 공감한 바 있고 정 전 의장과도 정책적·정치적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