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만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다양한 몸짓을 취해가며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맹공격했다.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누구라도 이명박 후보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오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회동한 것으로 아는데 성과가 있었나.
▲점심 때 문국현 사장을 만나서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정책대안과 비전을 공유했다.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오늘까지 세 차례 만나서 정책적, 정치적 협력을 약속했다.
―출마 선언 이후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유력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엊그제는 강금실 전 장관을 만났다. 역사가 역류하는 것을 막자고 했다. 강 전 장관도 민주세력의 승리를 걱정하고 염원하고 있어 강력한 협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경제사회적인 경험과 경륜은 높이 평가받고 있어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직접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은데.
▲대권에 출마하거나 정치에 직접 참여할 것 같지는 않았다.
―범여권 대통합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해법을 제시한다면.
▲오늘도 범여권 제 세력들이 만남을 갖는데 거기서 발전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여권 내에 대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를 수 있는 세력이나 사람은 없다고 본다. 자신이 가진 작은 기득권에도 연연하지 않고 대통합에 나서고 있고 나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과 친노세력 배제론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열린우리당은 이미 2·14 전당대회 때 국민과 당원들 앞에서 정치적인 해체와 대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특정인과 특정세력에 대한 배제가 대통합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대통합의 대의와 명분에 동의하는 세력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대통합이 성공하고 범여권 단일후보가 선출된다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가능성이 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한나라당 후보들만 링에 올라서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정해지고 범여권 주자들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면 한나라당의 낡은 비전에 대비되는 미래비전과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권위주의 청산, 정경유착 청산, 한반도 평화관리, 지역 균형발전 등의 문제는 참여정부가 역사를 통해 평가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참여정부의 과오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국민통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혼란을 뼈아프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현 정부에서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까지 지낸 만큼 열린우리당 분열과 참여정부 비판론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은데.
▲물론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한 적은 없다.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안고 갈 것이라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이었던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개혁은 옳았고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창당정신을 적극적으로 지켜내는 것이 당의 형식에 대한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합 신당은 창당정신의 재도전이다.
―전북 출신으로서 ‘호남 필패론’에 대한 견해는. 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책을 공개한다면.
▲지독한 지역주의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노무현 대통령도 호남의 지지로 당선됐다. 어떤 부모가 아들 딸의 출신지역으로 인해 취직이나 승진하는 데, 또 대통령이 되는 데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원하겠는가. 한국사회에서 출신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동영의 꿈이다. 경선 과정을 통해 정책과 비전, 살아온 이력과 비전에 대한 실천 능력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드릴 기회가 오면 이를 통해 국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 6월 27일 한자리에 모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왼쪽부터). 정 전 의장은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로 부각되는 데 대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했다. | ||
▲오죽하면 김 전 대통령이 나섰겠는가. 그분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한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나섰기 때문에 서서히 대통합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제 대통합의 8부 능선은 넘었다고 본다.
―최근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나. 동교동계 인사들과 소원했던 관계는 풀어졌나.
▲7월 9일 만나봤다. 동교동계와 감정적 앙금은 없다. 정치적으로 서로 토론하고 발전을 위해 경쟁했을 뿐이다.
―한나라당 후보 검증 문제가 주민등록초본 유출공방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주자 신상자료 공개를 주장했는데.
▲선진국은 주차위반, 음주운전조차도 공개한다. 하물며 수백억 수천억 땅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거기에 대고 주민등록초본을 누가 떼었느냐고 따지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 국민들은 똑똑하고 위대하다.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 그래서 정동영의 주민등록등본은 국민 누구든 다 떼라고 말한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도 같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 측과 한나라당은 ‘정치사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구 정치, 기술정치에 능하다. 그거야말로 공작정치의 전형이다. 오늘 이명박 후보가 TV에 나오는데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처남하고 동업하고 돈거래하고… 이게 말이 되느냐.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본질은 밝히지 않은 채 등본을 어떻게 떼었느냐만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그거 자체가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도덕성에 있어서는 구의원 시의원 공천에도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이 전 시장을 선택하면 어린이들은 못된 교훈을 배울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 측이 이른바 ‘이명박 X파일’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진실은.
▲비겁한 음모론이다. X파일이니 폭로니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이 전 시장과 관련된 X파일 중 일부는 클리어 파일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국민 가슴에 못을 박고 서민들을 분노케 하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주가 조작과 사기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돼 헌법에 명시된 선서를 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 전 시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그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별화할 수 있는 후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범여권 후보 중 누구를 보더라도 도덕성으로나 국가적 비전으로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국민경선을 통해 비교할 대상이 적절히 주어지면 이 전 시장의 거품은 반드시 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국민을 향해서 말하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한나라당과 같은 부패 경쟁의 진흙탕은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아름다운 경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범여권 대선경쟁에 뛰어든 손학규 전 경기 지사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경쟁자로 변신한 손 전 지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정책과 비전, 살아온 길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비교하고 평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쏠림 현상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은 부정부패와 독재로부터 되찾은 10년이고 미래를 위해 부족하지만 진보한 기간이다. 정동영은 10년의 민주정부의 정통성과 적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 정부를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후보가 정동영이다. 살아온 세월,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경쟁할 것이다.
―범여권 예비후보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손학규 검증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직 틀도 안 만들어졌는데 뭘… 하지만 검증받을 사안이 있으면 치열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검증보다는 토론을 통한 정책 대결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중통령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배경과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정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중통령은 3중주의를 표방한다. 중산층을 복원하고 확대하면서, 중산층과 소통하고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소통하고, 중용의 정치를 한다는 정동영식 정치 비전을 담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것은 그 시기의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시대정신이 있었다. 올 연말 대선에도 시대정신이 필요한데 내 공약에 21세기를 이끌어 갈 시대정신이 잘 담겨져 있다고 확신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