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그런 부분의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됐어요. 2000년대 중반 불법 안마시술소가 번창했을 무렵, 강남의 유명 불법 안마시술소인 A는 유독 연예인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했어요. 매니저들이 그 업소가 있는 사거리를 본래 이름이 아닌 ‘A 사거리’라고 불렸을 정도였죠. 거긴 정말 철저하게 연예인의 비밀을 지켜줬어요. 행여 업소 내부에서 연예인들이 다른 고객들과 마주쳐서 괜한 소문이 날까봐 연예인들이 미리 예약하면 엘리베이터와 업소 내 복도를 모두 통제해줬을 정도예요. 그곳이 단속에 적발된 적은 없었지만 아무리 단속을 당할지라도 연예인 고객에 대한 비밀은 확실히 지켜줬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그렇게 연예계와 그쪽 바닥이 공존해왔는데 이젠 그런 얘기도 다 옛말이 됐네요.”
성매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엄태웅(위)과 박유천. 연합뉴스·일요신문DB
2000년대 중반 연예인의 차량을 운전하는 로드 매니저로 활동했던 한 중견 매니저의 이야기다. 비슷한 이야기를 수많은 연예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유명세로 인해 사실상 대중과 격리돼 있는 연예인들 입장에선 유흥업소와 윤락업소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스타들 역시 포장마차나 고깃집 같은 곳에서 편하게 술자리를 갖고 싶지만 그들을 향하는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터라 밀폐된 공간인 유흥업소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성교제도 극도로 제한돼 있는 터라 윤락업소까지 찾는 이들도 많았다는 것. 그렇지만 최근 연예계엔 유흥·윤락업소 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자칫 성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몇몇 연예인을 통해 입증된 데다 성매매로 처벌받을 위험성까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흥·윤락업계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극도의 불황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단골 고객층 가운데 하나였던 스타들을 비롯한 연예계 인사들까지 발길을 끊었다는 부분이 분명 악재이긴 하다.
유흥·윤락업계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힐 만큼 연예인이 주요 단골 고객층이었을까. 연예관계자들은 조심스럽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현직을 떠난 전직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터키탕이라고 불리던 유흥업소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연예인의 출입이 잦았다. 이런 얘기가 좀 뭐하지만 나도 그런 데서 우연히 연예인을 마주친 경험이 많다. 그게 진화해서 강남에 불법 안마시술소가 되면서 연예인들의 출입이 더욱 잦아졌고 몇몇 유명 업소들마다 단골 연예인 리스트가 증권가 정보지 같은데 소개되기도 했을 정도다. 연예인이 가면 매니저나 제작진 등 연예관계자들이 같이 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유명 연예인에게는 보다 좋은 서비스와 연예인 DC를 해주는 곳도 있었다. 룸살롱, 그리고 텐프로나 텐카페 같은 곳은 더 많은 연예인들이 찾는다. 아무래도 타인의 이목을 받지 않고 비밀리에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을 앞두고 제작사 대표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미팅을 하고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갖는 일도 잦았다. 그런 자리에는 여배우들도 동석했다. 그런 데가 좋아서 간 게 아니라 갈 곳이 그런 곳밖에 없어서인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그렇게 출입하다 보니 아예 거기에 빠져 접대여성과 친해지고 2차를 가는 연예인들도 생겨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싶다.”
일요신문 DB
연예인들이 유흥·윤락업소를 자주 찾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확실한 보안, 다시 말해 비밀 유지다. 그렇지만 유흥업소와 윤락업소 접대 여성으로 알려진 인물이 연예인을 성폭행으로 고소하고 그 과정에서 성매매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더 이상 비밀 유지가 되지 않는다면 연예인들이 굳이 유흥·윤락업소를 찾을 이유가 없다. 또 이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연예기획사 측에서는 소속 연예인에게 유흥·윤락업소 출입을 자제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분명 좋은 방향이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홍보 담당 임원의 말이다.
“사실 요즘에는 그런 데를 찾는 연예인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더 이상 숨을 까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젠 오픈된 편한 장소에서 술자리를 갖는 연예인들이 급증했다. 물론 요즘에도 흠칫거리며 쳐다보는 분들이 있지만 연예인이 술을 마신다고 마구 몰려들거나 그러진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친화적으로 보여 대중들이 더 좋아한다. 연예계가 신비주의의 시대에서 리얼리티의 시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클럽 같은 데 가도 연예인을 자주 포착할 수 있다. 굳이 유흥·윤락업소를 가지 않아도 연예인들이 충분히 술자리를 갖고 지인들과 만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씁쓸한 사건이 연거푸 불거진 건 안타깝지만 이를 계기로 연예계가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