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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올해 9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9조 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 매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면세점의 위법 사실을 눈감아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위법 사실을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들이 앞장서 위반 대기업 면세점에 면죄부를 주는가하면 사업승인 초기부터 특허신청 심사기준까지 변경하는 등 면세점 특혜 의혹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퍼주기’라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내막을 들여다봤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5월 롯데와 신라 등 8개 주요 면세점이 원/달러 환율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은 화장품·홍삼 등 국내산 제품의 가격을 원화로 사서 달러화로 판매해 소비자에게 부담시킨 의혹을 받았다. 면세점들이 담합해 결정한 환율이 시장 환율과 비슷하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시장 환율보다 높으면 내국인 고객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 당시 면세점들은 시장 환율을 따를 경우 매일같이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하기 때문에 편의상 업계 환율을 정해 사용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환차익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폰, 마일리지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한 가격은 달러 표시 가격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면세점 측 해명을 받아들여 과징금 처분을 면하고 경징계인 시정명령만 내렸다. 명백한 위반 사항이 드러났는데도 준사법기관인 공정위가 나서 대기업 편을 들어준 셈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에 따라 담합행위는 금지돼 있다. 지나치게 가벼운 제재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당시 공정위 사무처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과징금 부과’ 의견으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전원위원회에서 부과 면제가 의결됐다. 공정위 시행령에는 “위반 사업자의 고의‧과실, 위반 행위의 성격과 사정 등의 사유를 고려하여 1차 조정된 산정기준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공정위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조정한다”고 과징금의 부과기준과 산정기준이 명시돼 있다.
공정위 전원위원회 의결대로 행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단지 고의 과실 등을 고려하여 1차 산정된 과징금을 50/10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행령 위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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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면세점 면죄부’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의결서에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량 감소로 전체 매출액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용 환율을 시장 환율보다 낮게 하는 것이 피심인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면서 ‘부당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법 제19조가 규정하고 있는 ‘가격담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한 주장으로, 공정위의 법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부당이득 규모는 법에 따라 과징금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원장은 ‘부당이득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징금 산정에 위법 행위에 따른 이익 규모를 반영하라는 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면세점의 환율 담합에서는 ‘부당이득 규모’를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면세점들의 행위로 인한 경쟁 제한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가 담합으로 인정한 상품인 ‘토산품’ 매출 현황을 보면, 롯데 4사의 시장점유율이 약 52.1%, 호텔신라 27.6%로 2개사 점유율 합은 79.7%에 달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시정명령을 내린 8개 면세점의 토산품 매출 점유율도 96.6%로, 거의 10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또한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의 문제를 ‘담합이 진행된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경쟁 제한성’이 아니라, ‘담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를 조건으로 적용한 입장을 보였지만 8개사의 환율 담합은 5년(63개월)가량 지속됐다. 여기에 환율 담합으로 달러 표시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 행사를 하는 등 불공정 행위까지 의심되고 있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 측은 공정위가 제시한 시장 환율과 담합 환율, 그리고 토산품 매출액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8개 면세점의 부당이익은 350억 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 측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을 정도로 부당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애초에 부당이득 규모를 분석조차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면세점의 손실 발생만 걱정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3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3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면세점 등엔 적용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를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고시를 개정(2012.8)하면서 부당이득을 산정하여 과징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법 조항에 따라 부당이득을 과징금 산정에 포함하도록 한 사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히려 부당이득 산정 절차 조항을 삭제한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부당이익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속내에 있다. 올 6월 관세청은 서울·부산·강원지역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계획에 따라 관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특허신청을 공고했다. 특허사업자는 관할 세관의 신청접수 심사, 현장실사 및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12월 중에 선정될 예정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2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 수출입청사에서 열린 관세청 전국세관장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경제장관회의에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면세점 시장질서 확립’ 방안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를 하는 경우 5년간 신규 추가 특허에 대한 신청을 배제시킨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지난 5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8개 면세점은 관세청 면세점 신청 공고에 응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관세청은 경제장관회의가 결정한 개선방안과 달리,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8개 업체도 신청 가능토록 문을 열어놨다. 특히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신청 공고의 심사기준 등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신청배제’와 관련된 내용 자체를 포함시키지 않아 특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관세청은 정부가 ‘16.3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경우 5년간 신규 추가특허 신청 자격 배제‘가 포함된 것은 사실이나 ‘16.6월 특허공고시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국민이나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반드시 법령의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관세청 고시 개정 등 관세청 내부조치로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특허심사 시 여타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완화방안과 패키지 형태로 정부의 관세법령 개정(안)에 포함되어 국회 또는 정부내 처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지위남용에 해당되지 않아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신청 자체를 배제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세청은 ‘15.7월 특허심사이후부터 특허심사기준의 하나로 특허신청업체의 “공정거래 노력정도”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담합행위는 특허심사 시 적절히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선숙 의원은 “업체가 부당한 거래나 담함을 통해 납품 업체나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손해를 전가하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편취하는 것을 감시해야 하는 공정위 등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대책을 촉구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