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애초 개헌 논의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가 터지고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30% 안팎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할 때부터 새어나왔다.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개헌과 관련이 없는 현안을 논의 중임에도 친박계 초선 일부가 개헌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불씨를 이어갔고, 급기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9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자”며 “특정 정권,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이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고 밝혔다. 바통을 받아 정진석 원내대표는 어느 날 예고 없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통령 중심제는 한계가 왔다”고 선언했다. 며칠 후 청와대는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개헌을 말할 때냐 아니냐를 두고 여권의 싸움은 결과적으로 개헌론이 연착륙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기 권력체제 개편에 대해선 각론에서 다르지만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오세훈 유승민 남경필 등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다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당내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개헌에 합의한다면 내각제냐 4년 중임제냐의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를 맞출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으니 차기 대통령 임기는 20대 국회의원 임기에 맞추자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 친박계로선 2년 8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맡겨 시간을 벌면서 내각제에서 실질적 통치 권한이 있는 총리 후보를 준비한다. 다수당이 총리 후보를 낼 경우 현재 주류인 친박계가 유리할 수 있다. 당장 친박계 대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선 시간을 벌어 사람을 키우거나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고문이 나타나 안 전 상임고문과 손을 잡기로 했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는 얘기를 나눴다고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펴낸 책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안 전 상임고문도 개헌에 찬성입장이 뚜렷하다. 여기에다 김종인 더민주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 운동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도 이번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헌특위가 발족될 예정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