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과연 그가 국민에게 호소할 ‘비전’은 뭘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일요신문>은 지령 800호를 맞아 이명박 후보와 단독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이 후보는 당내 개혁과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관계 등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그 원칙을 밝혔다.
─최근 당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는 당 화합을 위해서 ‘미흡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측 일각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앞으로 선대위 체제를 짤 때 박 전 대표 측을 ‘설득’시키기 위해 일정한 비율을 할당하는 ‘쿼터제’로 인사를 할 용의는 없는가.
▲정권교체를 위한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충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나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관계없이, 전혀 편견 없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쓸 것이다. 이미 이 측, 박 측의 개념은 없어졌다. 오직 한나라당만 있을 뿐이다.
─박 전 대표가 지난 9월 2일 ‘제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어떤 ‘일’을 줄 것인가.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할 것인가. 아니면 고문 역할로 독자적인 유세활동을 벌이게 할 것인가.
▲그런 조건보다는 진심으로 마음을 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께서도 누구보다도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이다. 우리는 하나된 모습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고, 이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주시길 진심으로 고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7일 경선 뒤 첫 회동을 가졌다. 이날 두 사람은 당내 화합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의하는 등의 구체적 화합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역할’ 비중에 따라 양측의 관계도 갈등과 화합 중 어느 한 길로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김무성 의원 등이 ‘대권 당권 분리’라는 이슈를 던지고 있다. 이 후보가 너무 당을 사당화하지 말고 강재섭 대표에게 실권을 좀 더 주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 후보가 당무 전반을 강 대표에게 대폭 일임하고 대선 준비에만 힘을 쏟을 의향은.
▲우리의 절체절명의 목표는 정권교체다. 모든 일을 거기에 초점을 두고 할 것이다. 강재섭 대표와 상의하여 당헌 당규에 따라 모든 일을 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당 밖에 있던 내가 당 안으로 들어가 당을 차지한 것이 아니다. 그런 개념보다는 한나라당이 대선승리를 위한 후보를 선출하고 대선 체제를 갖추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번 정기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하면 흠집 많은 후보를 대선에서 도울 수 없다’라고 말하며 ‘제한적 도움론’을 말하고 있다. 당 분열이 우려되는 대목인데 대책은.
▲개인적으로는 민생현안이 많고 국회가 할 일이 많은데 정쟁으로 얼룩져 현안처리가 늦어질까 걱정된다. 범여권에서는 이번 국회를 ‘이명박 국회’로까지 명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누구를 돕는 게 아니라 정권연장 세력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해 정권교체를 막으려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너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은 왜 이명박을 죽이려 하는지, 본질을 꿰뚫고 있다. ‘김대업식 정치공작’에 속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당 조직이 첩첩이다’라며 당 개혁을 강력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 뒤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이 아니고 당 화합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많이 했다. 어떤 점에 더 중점을 두고 당 개혁의 청사진은 언제 발표할 계획인가.
▲내가 추구하는 개혁은 현 정부가 하는 식의 청산과 단절이 아니다. 누구를 배척하고 잘라내고 몰아내는 부정적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바뀌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가 유권자들로부터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은 유권자들의 요구에 유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수권능력을 가진 정책정당으로 변모할 수 없다. 또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당의 변화 방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모든 체질개선과 개혁의 출발점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얻는 과정이 바로 변화의 출발이고 과정이 될 것이다. 하루아침의 개혁이 아닌 꾸준한 변화를 추구할 것이며,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따뜻한 개혁을 할 것이다.
▲ 지난 7일 경선 뒤 첫 회동을 가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 ||
▲혹자는 지금 한나라당과 나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범여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한나라당의 마음이 국민에게 전해지고 있고, 경제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선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음해와 네거티브가 있었고, 정부기관까지 동원되는 공작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나를 지켜주었다. 그게 진실의 힘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해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보완할 점은 보완하겠다고 했다.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정책위나 당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 또는 추진 철회’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정책위의장이 선출되었고, 이제 당 차원에서 경선 과정에서 제시된 각 후보들의 공약과 그간 한나라당에서 준비해 온 공약을 함께 검토하여 한나라당 차원의 종합적인 공약을 내놓게 될 것이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서도 경험했듯이 정책추진의 과정은 설득의 과정이다.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내는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운하라는 것이 대한민국에는 낯설고, 경선 국면에서는 운하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서로 내용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한반도 대운하가 국운융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 시민단체나 뉴라이트와도 연대를 모색한다고 들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제 정파를 모두 아우르는 범국민기구 같은 것을 만든다는 얘기도 있는데 구체적 방안이 나왔나.
▲아직 구체적인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화합하여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것은 이 시대의 명령이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모든 애국세력의 명령이다. 나는 정치적으로나 모든 분야에 있어서 빚진 것이 없고, 한 맺힌 것도 없다. 실제로 그간 한나라당의 약세 지역이었던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등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유일한 후보다. 대통합을 이루는 데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런데 최근 정상회담의 연기 배경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상회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그 대책은.
▲이번 정상회담은 의제, 절차, 시기 등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절차 측면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국민의 동의 없이 불투명하게 추진되었고, 의제 역시 불분명해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회담이 될까 염려스럽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임기 말에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더욱이 회담이 10월로 연기됨으로써 임기 말의 노무현 정부가 반드시 이 회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다음 정부로 이 중요한 일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차원이 아닌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한다면 초당적 협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로서는 범여권의 손학규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의 장·단점과 대비책은.
▲1차 후보군이 정해지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선용 정당을 만들겠다’는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도 얻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지금 단계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최근 정윤재 전 비서관의 의혹이 게이트 규모로 커지고 있다. 특검을 요구할 의사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이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최근 청와대가 이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노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기간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민생파탄에 이른 국민들 마음을 읽고 국정에 전념해 줄 것, 그리고 이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을 마지막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부디 의무를 다 해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