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입구에서 현직 경찰관이 폭행범 검거 과정에서 사제총 피격으로 사망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용의자 성병대를 현장에서 검거한 뒤, 범행에 사용한 사제총 중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총은 ‘ㄱ‘자 나무토막을 몸통으로, 그 주변에 지름 1㎝가량의 얇은 쇠파이프가 붙어 있는 형태다. 파이프 수는 총에 따라 다르다.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9개까지 달려 있다. 나사와 볼트 등으로 나무에 고정돼 있고, 테이프로 한 번 더 감았다.
파이프의 뒷부분은 화약과 심지로 막혀 있다. 공이와 뇌관, 방아쇠 등 격발 장치는 없다. 마치 ‘화승총’처럼 심지에 불을 붙이면 화약이 폭발해 그 앞에 있는 쇠구슬 총알이 발사되는 방식이다. 탄알은 쇠구슬이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파이브 하나당 쇠구슬 한 개가 들어갈 수 있어, 파이프 숫자만큼 격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고 조악한 형태의 총기다. 인터넷을 통하면 이정도 수준의 사제총 제작법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는 앞서의 성병대가 범행에 사용한 사제총은 단 한 발에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현재 총기 제작법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튜브다. 사제 총기 제작법과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없는 동영상을 제외하고도 수십 개가 나온다. 주로 해외 네티즌들이 제작한 동영상인데, 연령 제한 등 별다른 제재 조치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플라스틱과 볼펜, 배터리 등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총기부터 금형 기계로 만든 공기총까지 다양한 총기 제작법이 나온다. 필요한 준비물부터 만드는 방법을 반복 영상 등으로 단계별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화약을 조절하는 방법까지 설명하는 영상도 상당수 있다.
방아쇠가 달린 볼펜 사제총 제작 동영상. (유튜브 캡처).
한 해외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에는 앞서의 사제총과 비슷한 형태의 총기 제작법이 공개됐다. 앞서의 범행에 사용된 사제총처럼 나무토막을 총 모양으로 이어 붙이고, 그 사이에 홈을 파서 쇠파이프를 몸통이 된 나무토막 크기에 맞게 잘라 고정했다.
휘어지는 쇠막대를 파이프 안에 넣어 공이(뇌관을 치는 격발장치)를 만들었는데, 스프링과 고무줄 등으로 방아쇠 등 특별한 격발 장치 없이 뒤로 당겼다가 놓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탄알은 쇠못을 사용했다. 쇠못 아래에 화약을 붙이고 간단한 뇌관(탄이나 탄환 따위의 화약을 점화하는 데 쓰는 관. 충격에 의해서 발화됨)을 만들었다. 영상을 올린 해외 네티즌은 “총의 위력을 보여 주겠다”며 준비한 나무판을 향해 총을 쐈는데, 나무판에는 약 1cm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이러한 단순한 사제총 제작법은 국내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일부 군용품, 또는 서바이벌 마니아들이 개설한 블로그에 종종 사제총 제작법이 소개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모의총기 제작법이다. 모의총기는 장난감 총에 주로 사용되는 BB탄을 쓰거나 페이트탄 등을 사용하는 서바이벌용 총을 말한다. 대부분의 모의총기는 실제 총기와 비교해 크기와 무게까지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모의총기들은 개조를 통해 위력이 강화된다. 수년 동안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고 소개한 한 비비탄총 애호가는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나 사냥꾼들은 실제 총기와 같은 느낌을 얻기 위해 많이 튜닝(개조)한다”며 “스프링이나 공이 등 부품 몇 가지만 바꿔도 사람이나 동물이 크게 다칠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개설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더 자세한 총기 제작법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쉽게 말해 ‘전문가용’ 제작법이 공개된다. 한 해외 블로그에는 리볼버와 베레타 권총 등의 설계도와 조립 방법이 공개돼 있었는데, 설계도는 누구나 다운로드해 저장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블로그에는 세계적으로 명품으로 통하는 오스트리아의 ‘스테이어 멘리쳐’라는 저격용 총의 도면이 올라와 있었다. 이 블로그에도 총기 제원이 상세히 적혀 있어, 이를 참고하면 앞서의 단순한 형태의 사제총처럼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정품 총기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총기와 비슷한 형태와 성능을 보이는 사제총 제작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관련 블로그 화면 캡쳐)
이런 실제 총기에 사용되는 재료나 부품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해외 홈페이지를 통하면 실제 총기나 모의 총기 부품을 각각 구입할 수 있다. 허가 없이 총기를 들여오면 적발 대상이지만, 부품을 잘게 분해하면 충분히 들여올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총기 자진신고 기간에 접수된 총기 가운데 일부가 부품을 따로 수입해 조립한 총기였다”며 “화물이나 짐에 섞여 따로 들어오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의 모의 총기를 개조하거나 정품을 그대로 본 뜬 사제총을 만들려면 공작기계 등 금형기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돈을 지불하면 금방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자와 만난 한 총포사 관계자는 설계도를 본 뒤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공업사나 금형공장에 의뢰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공작기계를 다룰 수 있다면 혼자서도 가능하다. 이정도로 구체적인 도면이면 충분하다. 실제 총기와 똑같이 만들겠다는 욕심만 없으면, 근처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실탄도 만들 수 있다. 탄피를 구입해 재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탄두나 장약은 발사 후 모양이 변형되는 소모품이지만, 탄약은 장약을 넣는 일종의 ‘통’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탄두와 화약만 확보하면 리로딩 프레스(Reloading press)를 통해 실탄을 만들 수 있다. 탄두는 구슬이나 쇠못 등을 글라인더 등으로 깎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탄피 재활용은 미국에선 흔한 일이라 관련 정보를 접하는 일은 역시 어렵지 않다.
이처럼 ‘살상용’ 총기 제작법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제총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지난 1월 7일부터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총기 및 화약류의 제조방법을 인터넷에 게재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경찰이 그동안 인터넷에 게재된 총기제조법 관련 단속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해외에서는 사제총 제작이 불법이 아닌 데다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임시로 차단하더라도 또 다른 사람을 통해 유포되고 있어 원천 차단 자체도 어렵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처럼 총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관련 정보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첩보가 접수되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은밀히 제작하면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