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손 후보 측은 조직·동원선거,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손학규 대세론’이 꺾이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7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도중에도 손 후보는 ‘중대결단설’은 부인했지만 문맥 사이사이에서는 모종의 중대 결심을 앞두고 있는 듯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은 지금부터 미리 야당 당수를 할 생각을 버리고 퇴임 후 정치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칼날을 세우고 있는 손 후보를 17일 저녁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만나 봤다.
―지난 주말 경선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데.
▲조직도 돈도 없이 오직 새로운 정치, 잘사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열정 하나밖에 없는 손학규에게 국민 여러분께서 과분한 성원과 지지를 주셨다. 제게 더 열심히 하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알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초반 4연전 이후 조직·동원선거 논란 등 잡음이 일고 있는데.
▲투표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조직선거, 동원선거에 의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신당 대선후보 경선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할 후보,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뽑는 선거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대한 견해는.
▲보이지 않긴 뭐가 보이지 않느냐. 지금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게 참으로 안타깝다. 대통령은 오직 마지막 날까지 국정에 전념하고 민생 챙기고 남북대화를 잘하고 우리나라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하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면 국민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손학규 대세론’이 꺽였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조직선거 동원선거 때문에 국민경선의 뜻이 왜곡되고 있는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선거인단도 ‘아이구 이거 대선 해보지도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면 국민들의 뜻과 민심에 맞게 판단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맞서서 이길 후보를 내세워야지’ 그런 선거인단으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란 소리도 나돌고 있는데.
▲일종의 음해다. 다만 조직·동원선거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경선 분위기와 관련해 캠프 차원의 대책은 마련할 것이다. 각종 의혹사례 진상조사위 구성과 조직·동원선거 방지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국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당 차원의 적극적 조치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해찬 후보 중심의 친노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이미 예견된 일 아니었는가.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후보 단일화는 아니었다고 본다. 이른바 친노후보 단일화는 후보자 간의 정책적 연대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 중심으로 이뤄진 인물 중심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의미 부여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민적 평가가 이미 끝난 분들이 단일화를 했다고 해서 경선과정에서 특별히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되는 광주 전남·경선 전략은.
▲이미 국민적 평가가 내려진 참여정부 주역들로는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호소할 것이다. 이미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를 결승전에 출전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책임론에 자유롭지 못한 후보가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겠나. 이념과 지역, 참여정부 실패론에서 자유로운 손학규만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잘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한국사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의 고비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한 광주 전남 유권자들은 이해찬 후보나 정동영 후보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손학규를 선택할 것으로 믿고 있다.
―최종 결과를 예단한다면.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끝내는 민심이 승리할 것이고 손학규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 조직선거, 동원선거, 아무리 잘 짜인 각본도, 민심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 최종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명박 후보를 이길 비책은 있나.
▲ 지난 17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손학규 후보. 경선 초반 선두를 달리다가 자리를 내준 손 후보는 조직·동원선거로 경선이 변질되고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아래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참여 발표 자리에서 정동영 후보와 함께. | ||
―한나라당에서 3등했던 손 후보가 이 후보와 맞붙으면 승산이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한나라당 시절 보수 경쟁, 수구 경쟁, 반평화 경쟁에서 3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에서 미래 경쟁, 민주 경쟁, 평화 경쟁을 했다면 손학규가 1등을 했을 것이다. 누가 더 과거 회귀적인가를 다투는 한나라당의 경선에서는 손학규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는 확실하게 1등을 할 자신이 있다. 통합신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돼 이명박 후보와의 진검 승부가 시작되면 현재의 지지율 격차는 완전히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청와대 고위인사가 손 후보 캠프 측 인사를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증거는 있나.
▲국민들이 이미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제 입으로 말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에게 결례가 아니겠나.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른바 ‘손학규 죽이기’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권력자도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굳이 민심을 거스를 특별한 이유가 있겠는가. 설령 그 같은 일이 사실이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민심을 거역한 정권에 대해서는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서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미리 야당 당수를 할 생각을 버리고 퇴임 후에도 정치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는데.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찬성할 국민들이 있겠는가. 노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 중단을 촉구하면서 혹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말라는 의미에서 강조어법을 쓴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 정치’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전직 국가 원로로서의 충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의 희생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가 자칫 훼손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과 걱정 아니겠는가. 국가 원로께서 이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통합신당은 물론 후배 정치인들이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신정아 스캔들’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권력이 개입된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나 고위공직자의 처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쓴소리 한 마디 더하자면 청와대는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측근, 고위공직자 관리에 더 힘을 쏟아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해찬 후보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노 대통령이 “깜도 안 되는 얘기”라는 등 성급한 단정으로 마치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언급했던 것뿐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자의적으로 사건을 판단하고 발언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