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산 공포 스릴러 ‘맨 인 더 다크’가 연일 화제다. 사진=영화 ‘맨 인 더 다크’ 스틸컷
이 영화는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공포 스릴러 장르에서 흔히 볼 법한 기이한 현상과 잔혹한 연출로 극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대신 대치되는 인물들 사이에 생성되는 긴장감이 관객들의 공포를 극대화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10대 빈집털이범 록키(제인 레비), 머니(대니얼 조바토), 알렉스(딜런 미네트)는 한탕 범죄를 위해 거액의 현금을 쥔 눈먼 노인(스티븐 랭)의 집으로 향한다. 사실 영화 초반 노인은 은퇴한 군인 출신이긴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데다 백발의 모습을 하고 있어 빈집털이범들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들이 노인의 집에 갇힘으로써 시작된다. 앞을 못 보기는 하지만 시각을 제외하곤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 있는 노인은, 스스로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자신의 집 안에 적들을 가두며 상황을 반전시킨다.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강한 노인이 점차 판세를 장악하기 시작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는 만큼 그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노인에 대한 연민이 걷힐 때쯤 이 영화는 경악할 만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감독 페데 알바레즈는 단 네 명의 등장인물과 한정된 장소만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그렇기 위해 감독은 노인의 집을 꼼꼼히 그리고 전략적으로 설계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감정은 밀실이라는 공간과 캐릭터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만큼만 제시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오직 공간에만 집중하도록 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다른 사람의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긴장감과 공포를 유발하는 일이고, 풋내기 10대들이 들어간 집이 눈먼 노인이라는 설정을 더했다”며 “어둠 속에 잠기는 듯한 노인의 이미지는 섬뜩한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