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사실 그가 맡은 전략홍보조정회의 총괄팀장 자리는 선대위의 핵심 요직이다. 그는 ‘이명박의 복심’이라는 세간의 평을 의식한 듯 총괄팀장직에 대해 “그냥 실무자들을 총괄하는 자리”라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이재오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등과 주요 의제를 조율한 뒤 그것을 실무종합회의체인 전략홍보조정회의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선대위의 모든 현안이 사실상 그의 ‘게이트 키핑’(의제 관리 및 취사선택)을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한나라당 선대위 출정식이 열린 다음날인 지난 10월 11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두언 총괄팀장을 만나 대선 전략 등을 들어보았다.
─과거의 선대위원장은 집권시 사실상 총리 역할을 할 정도로 상징적인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 인선안에서 그런 대표주자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고정관념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번에는 정치권에 몸을 담지 않았던 순수 ‘일반인’ 출신을 최대한 많이 뽑자고 강조했다. 그래서 당외 인사를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려고 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선대위원장 영입은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우리가 그 정 전 총장 카드를 많이 고려했다. 하지만 그가 외국에 가서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다. 영입이 됐으면 괜찮은 카드였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명예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했지만 “나만을 위해 특별히 자리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박 전 대표가 고사해 절충 끝에 상임고문으로 낙착이 됐다. 이 후보 측의 ‘기대’와 박 전 대표의 ‘반응’에 온도차가 느껴지는데.
▲명예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아니고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 직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다.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선대위 구성의 특징은 외부 전문가들을 많이 기용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 정치인이 아이디어가 많긴 하지만 그것을 현장정치에 적용하는데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건 감수해야 한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를 몇 번 치르면서 느낀 것인데 선거운동이 상당히 구태의연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외부에서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대위 출정식은 서울이 아닌 안산에서 열렸고, 행사 진행도 좀 파격적이었던 같았다.
▲평소의 관행과 달리 이 후보가 직접 선대위원장을 소개하는 등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았다. 사실 국회의원 한번 더하면 내빈소개 금지 법안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국회에는 구태의연한 의전도 많다. (사실 국회의원 후원회 등의 행사를 보면 내빈소개와 이어지는 내빈의 축사가 행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참가자들이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07년 4월 29일에는 부산의 축구 동호인들간 지역 친선 축구대회에서 구청 측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줄줄이 소개하자 참가자들이 반발해 개회식 도중 전원 철수하는 바람에 행사가 취소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주최 측은 아무개 국회의원을 구청장, 시의원 2명, 구의원 7명, 구 체육회 임원 18명 등 30명 인사의 소개를 10분이 넘도록 계속했다. 하지만 축구연합회 간부 소개는 빠지고 대회사로 넘어가자 땡볕 아래 운동장에 도열해 있던 축구 동호회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해버린 사건이었다.) 사실 그게 어디서 나온 것이냐 하면 고객 위주의 사고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게 비효율적이고 명분만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핵심적인 폐단 아닌가.
▲단지 그건 형식 문제가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객 위주의 정치가 아닌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나는 그걸 깨려고 출판기념회를 하면 축사를 절대 안 한다. 누군가는 ‘저 사람 좀 튀어보려고 그런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나만의 몸부림이다. 그래서 이번에 외부 인사들이 선대위에 많이 들어왔으니 정치권의 고정관념들을 많이 깨는 데 일조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 후보도 그런 점에서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고 나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이다.
─이 후보가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시간이 늦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막판까지 최대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그렇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를 잘 몰라 최종결정을 하지 못하고 주변에 의견을 자주 구하기 때문에 늦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 ‘3집 가수’ 정두언 의원은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겠단다. 그가 ‘더 바쁜’ 정치인이 된다면 어차피 음반 발표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사진은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 ||
─이 후보를 6년째 모시고 있는데 정치인으로서 이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그동안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강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인에 대해 불신이 너무 크니까 비 정치인 출신이란 게 오히려 강점이고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같다. (정 팀장은 평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항간의 속설인 5대 난제로 김치 없이 라면 먹기, 소금 없이 삶은 계란 먹기, 리모컨 없이 텔레비전 보기, 여자 3명이 모여 아무 얘기 안 하기에 이어 가장 어려운 것은 정치인 존경하기’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국민들이 현재의 정치인을 불신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계속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기존 정치권 고정관념에서 많이 벗어난 분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적격이다. 그 안에 함몰된 사람들은 변화를 이끌어가기 힘든 것 아닌가.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능력 있게 이끌어가기도 하겠지만 한나라당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약점은.
▲너무 워커홀릭이다. (그것은 강점 아닌가라고 묻자) 여유 있게 해야 하는데….
─경선 뒤 친박세력과의 갈등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쪽에서는 내년 총선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그들이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경선에서야 서로 싸웠지만 대선에서는 하나로 뭉쳐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대선에서도 부정적으로 있으면 그것은 문제다. 대선에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친박그룹에서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주고 그런 요구를 하라’고 불만인데.
▲선대위에는 자리라는 게 솔직히 이름뿐인 게 많다. 할 일은 자기 지구당에서 하는 것이지 무슨 득표활동을 선대위에서 하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선거운동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고 의미가 있다.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겠지만 과거에 하지 않았던 시도다. 경선 때야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해도 집안 문제니까 그렇다 치고 대선에 가서도 그렇게 얘기하면 그것은 진짜 잘못된 것이다. 최근 당 일부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경선 때 이 후보에게 의혹이 있어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지금 보니까 그건 아니더라 이렇게 얘기해야 한배를 타는 것이지 계속 문제가 있는 것 같더라고 얘기하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같은 당이 아닌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그것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 안 한다.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본 것이라는 뜻.) 안 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름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건 한강과 마찬가지다. 한강이 옛날에 어땠나. 옛날에 배가 다녔나. 지금은 다닌다. 왜? 한강을 개발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 물을 채우니까 배도 다니고 물이 많아지니까 물이 맑아지고 또 레저 공간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강 개발에 대해 욕하는 사람 있느냐. 대운하의 5대 강을 그렇게 한강식으로 만들어서 수자원도 관리하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모르니까 반대를 하는 것이지. 진짜 너무 답답하다. (정 팀장은 인터뷰 내내 나긋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지만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갑자기 높아졌다.)
▲ 이명박 후보가 지난 10일 안산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 소망리본을 달고 있다. | ||
▲홍보를 잘못한 것을 인정한다. 지금 한나라당 내부에서 부정적으로 얘기 나오는 게 굉장히 홍보에 있어서 치명적인 부분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어떤 고비가 있을 것 같은가.
▲이 후보의 신변 보호 문제가 가장 크다. 두 번째는 네거티브 공세, 그리고 세 번째는 본인의 실수라고 본다.
─이 후보가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인식하고 있나.
▲만약 내가 ‘마사지 걸’을 얘기했다면 그게 문제가 되겠나. 이 후보가 얘기하니까 문제가 된 것이다. 일부에서 이 후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흠집내기하려다 보니까 그게 말실수로 비화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조심을 해야 하는데…. 그런데 조심을 하면 고건 전 총리처럼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된다. 이 후보가 말실수를 의식해서 고건 전 총리처럼 조심조심 얘기하면 기자 입장에서 좋겠느냐. 재미없다. 그런 것 아니다. 추석 전 이 후보가 인터뷰하지 말자고 해서 안 하는데 모 일간지에서 억지로 하자고 해서 내가 조건부로 수용했다. 인터뷰 해주는 대신 내용은 상당히 재미없을 것이다라는 게 조건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했는데 나도 미치겠더라. 그렇게 (재미없는 말로) 인터뷰하니까 나도 싫더라. 후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경선 뒤 뚜렷한 메시지도 보이지 않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훨씬 앞서가는 후보가 되다 보면 관리모드로 갈 수밖에 없다. 도전적으로 간다는 게 쉬운 게 아니고 훨씬 앞선 후보가 리스크를 건다는 건 계산이 안 맞는 행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이번 교육관련 ‘3불정책 폐지’ 논란은 표를 굉장히 잃는 것인데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이 후보 생각대로 해보겠다고 그런 것이다.
─BBK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경준 씨가 11월경 귀국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아직 귀국할지 안 할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그가 귀국해야 하는 게 맞다. 그 사람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고 엄청난 죄를 졌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벌을 받아야 된다. 들어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우리는 귀국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후보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이 과거에 검찰에서 증언한 내용이 있는데 와서 딴소리 하면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정두언 팀장은 국회의원 출신 가수 1호로 현재까지 3집의 음반을 낸 중견 ‘뮤지션’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음악활동을 할 것이냐”란 물음에 대해 “나의 목소리에도 한계가 온 것 같고 늙어서 더 이상 음반 발표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꿈’이 이루어져 앞으로 그가 더 바쁜 정치인이 된다면 음반발표 같은 것은 어차피 생각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런 바쁜 날이 오게 될지, 이제 달력은 불과 두 장 남짓 남았을 뿐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