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씨는 TV를 통해 남편이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모습을 보곤 마음이 울렁거렸다고 한다. 워낙 힘들게 살아온 남편의 야구 인생을 함께 하면서 누구보다 가슴 졸이고 마음 아파했고 눈물 흘렸던 그로선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지도자상을 받는 남편에게 무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때 위기도 있었어요. 중년의 위기라고나 할까? 많이 싸웠는데 내가 변하니까 남편도 변하더라고요. 솔직히 남편을 이해하기 보단 조금씩 포기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예요. 남편 덕분에(?) 신앙생활에 열심일 수 있었어요.”
오 씨는 가장 안타까웠을 때가 LG에서 물러난 뒤 야인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남편 모습이라고 한다.
“정식 코치도 아니고 부르면 부르는 대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남편을 보며 마음이 짠했죠. 야구가 저렇게 좋나 싶기도 했고. 사실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선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오 씨는 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김 감독이 프로야구를 떠나면 돈과 관계없는 어린이 야구를 위해 남은 열정을 쏟아 붓기를 소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 마디 덧붙인다. “아마도 그분은 죽을 때까지 야구를 하고 계실 거예요. 지금은 저도, 애들도 남편이자 아버지의 그 모습에 존경심을 갖습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