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에서 농담도 좀 할 줄 알고 유머를 이해하는 오픈 마인드가 되어 있어야 대중들 앞에서도 가능한 법이다. 워낙에 ‘말발’ 좋은 정동영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도 종종 농담 섞인 멘트를 날리곤 한다.
MBC 기자 출신인 정 후보는 자신의 주요 공약인 ‘문화 콘텐츠 확대’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면 “내가 문화방송 출신이기 때문에 나야말로 진정한 문화인”이라는 농담을 곁들인다. 지난 26일 보아 박진영 동방신기 박상원 이문세 등 유명 연예인들도 참석한 ‘문화산업강국 만들기’ 정책간담회장에서 정 후보는 이 멘트로 웃음을 유도해 냈다. 이어 28일 부천역 앞 유세장에서도 “제가 엊그제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 ‘저도 문화인 출신입니다. 제가 문화방송에서 밥 먹고 살았기 때문에’라고 그랬는데…”라며 다시 한 번 이 멘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물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썰렁한’ 반응도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정 후보는 “여러분은 박수를 안 치시네?”라며 슬쩍 넘어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또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 시간 하고 갔고 제가 그 뒤에 한 시간 반 했는데 이 후보는 6번 박수 받았고 제가 16번 박수 받았다”는 식의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곁들였다.
정 후보는 ‘이색공약’을 유세현장에서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이다. 그는 “과거 대통령들 보니까 담장 높은 청와대 들어가 버리면 국민들을 만나기 힘들어져 감각이 떨어지게 된다”며 “그것을 보고 나는 관사를 밖에 두고 출퇴근하면서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역시 이 얘기 끝에도 “이명박, 이회창 후보는 생각이 말랑말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른 후보를 겨냥하는 멘트를 빼놓지 않았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