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행보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고건 전 총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밀려 한 때 지지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이 당선자는 점차 지지율을 높여 불안한 1위를 지키다 지난 해 10월 9일 북핵 사태가 터지자 2, 3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독주태세를 굳혔다.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감돌면서 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두 한나라당 주자에게 관심이 몰렸고 특히 ‘남성’인 이명박 후보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북핵 사태가 터지기 직전(9월 25~28일) 25.4%를 기록해 2위 박근혜 후보(25.2%)와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10월 9일~12일 조사에서는 34.1%를 얻어 22.6%의 박근혜 후보를 크게 따돌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경선이 치열하던 7월 중순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도곡동 땅, 주가조작 의혹, 다스 실소유 의혹 등에 관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코너에 몰린 듯싶던 이 당선자는 7월 19일 아프간 피랍 사태가 터지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분당샘물교회 신자들이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탈레반에게 납치되는 이 뉴스에 밀려 한나라당 경선 공방전은 언론의 관심권에서 잠시 멀어졌다. 실제로 당시 조인스 풍향계 조사를 보면 피랍 사건을 전후해 이 당선자의 지지율은 39.1%에서 36.4%로, 박 전 대표는 같은 기간 28.3%에서 25.9%로 동반 하락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한 의혹들이 지지율에 큰 여파를 미치지 못했던 결과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는 범여권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우려가 있었지만 추석 전후 터진 변양균-신정아 사건이 범여권 경선 흥행에 악재가 됐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 내내 언론의 주인공은 정동영 후보가 아닌 변양균-신정아 씨였다. 이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끝난 지 일주일 만인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사건으로 정동영 후보는 신문 1면을 장식할 틈조차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 당선자는 오히려 변-신 사건 등을 통해 청와대와 여권에 역공을 퍼부을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12월 초 김경준 씨 귀국과 검찰 수사로 이 당선자에 대한 의혹이 커질 무렵에는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과 총기탈취 사건이 터지면서 역시 이 당선자에게 여유를 주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