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안 의원 | ||
먼저 정몽준 후보와는 현대그룹을 통해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서울대 상과대학을 나온 이 의원은 지난 1976년 봄, 현대중공업 재정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재정부에는 역시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군복무 중이던 정몽준 후보도 적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978년 1월, 이 의원은 직장생활 1년 9개월 만에 정 후보와 함께 대리로 승진했다.
하지만 그 뒤 두 사람의 인생행로는 달랐다. 이 의원이 1980년 과장으로 승진할 때 정 후보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이미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 상무이사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뒤에 정 후보는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직함까지 달면서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그 뒤 이 의원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에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부장대우로 승진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그 해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두 사람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당시 정치에 별다른 뜻이 없던 이 의원은 당선 직후 만난 정 후보에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축하한다”며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그때를 회상하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부럽기도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서울대 상대 동기인 정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것에 대해 이 의원의 마음은 착잡하다. 왜냐하면 그는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도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이 의원에게 정동영 후보는 일종의 ‘정치적 아버지’로 통한다. 이 의원의 후원회장이 바로 정동영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때 CEO 출신으로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동시 구애를 받았다. 당시는 정 후보가 당 의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때였다. 정 후보는 이 의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그를 정계로 이끌었고 후원회장까지 맡으며 지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실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대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써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나는 듯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 후보가 다시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에 출마하자 “정동영 후보가 동작을 지역구를 기반으로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다시 커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라며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이 의원으로선 서울대 동창에 회사 동료였던 정몽준 후보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정동영 후보 사이에서 인간적인 번민을 느끼지 않았을까.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