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지며 ‘갈길’ 간다
특검팀은 이미 삼성 주요 임원들 조사를 통해 구조조정본부(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의 에버랜드 사건 개입 정황을 확보했고 구조본이 이 회장에게 관련 사안 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해 기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 경제 기여도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삼성의 정·관계 전방위 로비 의혹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이 약하다는 게 특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해서도 삼성 측의 ‘비자금이 아닌 상속재산’이란 주장을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고 상속·증여세 포탈 또한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불가능해 구속 기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동안 삼성 측은 이 회장 기소를 막기 위한 총력을 기울여왔다지만 이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소’를 자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꼿꼿하기만 했던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이 특검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 에버랜드 건에 대한 구조본 개입을 시인하고 이어서 이 회장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까지 하게 된 배경에 이번 수사를 계기로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겠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조사에서 이재용 전무는 부실경영 부담을 계열사들에 떠넘겼다는 이른바 ‘e삼성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아 어느 정도의 면죄부를 얻어낸 바 있다. 삼성 논란의 핵심인 에버랜드 지분 승계 과정에 대해선 이 전무가 비록 최대 수혜자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다”고 일관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반면 ‘이건희-이재용 부자 승계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낳을 정도로 삼성을 주물러온 이학수 부회장은 에버랜드 사건에 개입한 구조본의 수장으로서 사법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이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경영 일선 후퇴 등의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 이 전무가 에버랜드 승계지분을 바탕으로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물려받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수사 마무리 후 이 회장이 건강상 이유 등으로 명예회장직이나 이사회 의장직 등으로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어차피 이 회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에버랜드 건 외에 다른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회봉사나 사재출연 등을 전제로 한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결국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 회장이 아들 이 전무의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 ‘최소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는 분위기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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