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 타로
촌스런 헤어스타일의 중년남성이 호피 무늬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 “펜에 사과를 꽂아 애플 펜, 펜에 파인애플을 꽂으면 파인애플 펜, 이 두 개를 합치면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이라는 다소 유치한 가사를 부르며, 1분 남짓 춤추는 것이 전부. 요즘 일본에서 난리가 난 피코 타로의 노래다. 한국에서는 ‘파인애플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별 의미 없는 단순한 가사. 그런데 한번 들으면 신기하게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이러한 중독성이 인기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특히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트위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라고 소개하면서 PPAP 유튜브 재생수가 급증했다. 동영상을 접한 수많은 해외 팬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각종 패러디 영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해외 언론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관심 있게 조명했다. CNN은 “제2의 강남스타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BBC는 “중독성 강한 비트와 우스꽝스럽고 단순한 댄스까지, 입소문이 날 만한 영상의 모든 공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피코 타로는 10월 19일자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77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리콘스타일>에 따르면 “피코 타로의 빌보드 진출은 일본인으로서는 26년 만으로, 일본 역대 7번째 빌보드 진입 기록”이다.
코미디언 고사카 다이마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네티즌들이 아니다. 일본 네티즌들이 파헤친 정보에 의하면, 피코 타로의 정체는 코미디언 고사카 다이마오(43)다. “고사카가 분장한 캐릭터가 바로 피코 타로”라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고사카는 “나와 전혀 별개의 인물”이라고 강조했지만,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일본 연예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디언 경력 24년째인 고사카는 1991년 개그 트리오 ‘바보 에어라인’으로 데뷔. 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쇼프로그램 ‘보카브라 천국’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비쳤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활동의 폭을 넓혀 음악 DJ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음악행사를 개최해 왔고,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등 현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다만 TV출연이 뜸했던 탓에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는 “고사카 다이마오를 잘 모른다”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반면에 동료 연예인들은 “이제야 고사카의 재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기뻐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다나카 유지에 따르면 “고사카는 무대 뒤에서 가장 웃기는 광대였다”고 한다. 분장실에서는 그 누구보다 웃기는 재능을 지녔지만, 방송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코미디언들 역시 고사카를 “웃음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한 동료는 “방송보다 오히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활동이 고사카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천상 코미디언이었지만, 그의 재능은 20년간 텔레비전 버라이어티에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방송에서 팔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던 시절. 고사카는 때를 기다리며 자복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인터넷 환경이 급변하고, 동영상 사이트가 대중과의 ‘소통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맞은 변화였다.
가령 유튜브에서 이슈가 되면 폭발적인 기세로 대중들에게 확산된다. 이때 인기를 끄는 소재는 구성도, 복선도, 반전도 필수요소가 아니다. 그 장면에 맞는 센스가 중요하며, 짧은 시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만 SNS 등을 통해 확산되기 쉽기 때문이다. 평론가이자 작가인 래리 토다는 PPAP 동영상이 대박 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흥얼거릴 때 반복되는 P발음의 울림이 좋아 누구나 따라 하고픈 매력이 있다. 마치 흉내내기 놀이와 비슷하다.”
한편 PPAP가 큰 인기를 끌면서 ‘과연 유튜브 광고료는 얼마일까?’도 화제다. <닛케이우먼>에 따르면, PPAP 오리지널 동영상은 지난 8월 말에 등록된 이후 5500만 회가 넘게 재생됐다. 관련 동영상까지 포함하면 누계 1억 3400만 회를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는 재생수에 따라 게시자에게 1회 재생 때마다 0.01~0.5엔(약 0.11~0.54원) 정도의 광고료가 지급되는데, PPAP의 경우 주목도가 높으므로 광고료도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장 높은 단가 0.5엔으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3억 원가량의 광고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아이튠스를 통한 음원 수익 및 방송 출연료 등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수입은 훨씬 많으리라고 본다.
이에 <닛케이우먼>은 “PPAP 동영상은 게시자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시대에는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SNS를 활용해 보라”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피코 타로가 스스로 밝힌 프로필 ★ 생년월일 : 1963년 7월 17일 ★ 출신지·혈액형 : 일본 지바현, A형 ★ 은인 : 저스틴 비버 ★ 존경하는 가수 : 스티비 원더(66), 머라이어 캐리(46), 이시카와 사유리(58) 등 ★ 목표 : NHK 연말 특집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세계 3대 록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히는 ‘서머소닉’ 출전 ★ 댄스 특징 : “우연히 10억 원이 생겼지 뭐야” 할 정도로 최대한 웃으면서 출 것 ★ 의상 경비 : 온몸 치장비 21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