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과 고려대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축구국가대표팀의 정해성 코치는 22일, 일본전을 지켜보며 전율을 느낄 만큼 아찔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당장 축하 전화를 해주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을 것 같아 꾹 참았다는 정 코치는 김 감독이 귀국하면 진하게 축하주라도 한잔 나눠야겠다며 들뜬 목소리를 들려줬다.
“처음에 대표팀 감독을 맡고 나서 굉장히 힘들어 했었다. 선배 감독들이 모두 안 한다고 해서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는데 주위에서 밀어주진 않고 씹기만 한다며 안타까워하더라. 그런 친구가 경기 때마다 ‘드라마’를, 그것도 ‘대박’ 드라마를 만들어내니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나한테 힘들다고 말한 건 ‘뻥’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잘해낼 수가 없다.”
정 코치는 같은 지도자로서 김경문 감독의 역량에 대해 “위기에 몰렸을 때 초조해 하지 않는 배짱과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 그리고 선수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의리”라고 꼽았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겠지만 경문이 혼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민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왜 그런 선수를 뽑았느냐, 왜 그때 이 선수를 안 쓰고 다른 선수를 썼느냐 등등의 말들이 그 친구를 무척 괴롭혔을 것이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은 나도 본받고 싶을 정도다.”
오는 9월 10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정 코치는 김 감독의 ‘기’를 받아서 월드컵 예선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