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김수현이 최근 프로볼러에 도전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소 볼링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이 승부 근성을 감추지 못하고 내친김에 프로의 세계에까지 뛰어든 셈이다. 1차전을 10위로 통과한 그는 현재 2차전을 앞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수현이 1차전에서 보여준 실력을 확인한 만큼 2차전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수현보다 먼저 스포츠의 세계에 심취한 스타들도 여럿이다. 개그맨 윤형빈은 이종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여배우 이시영은 복싱에 매료돼 2년간 실업팀 소속 선수로도 뛰었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들의 진면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한류스타 김수현이 프로볼러 선발전 1차 실기를 탁월한 기량을 뽐내며 통과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볼링협회
김수현은 연예계에서 가장 바쁜 스타로 통한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은 그를 중국을 중심으로 넓게는 아시아 시장을 움직이는 한류스타로 키워냈다. 연간 올리는 수익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톱스타로도 인정받는다. 그런 김수현이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아닌 프로볼러 도전을 선언하면서 연예계 안팎의 놀라움과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수현은 10월 23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2016 한국 프로볼러 남자 22기 선발전’ 1차 실기에 참여했다. 22일부터 이틀간 열린 게임의 결과를 종합해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선발전 방식에 따라 김수현은 평균 214.6점(총점 6439점)을 기록했다. 커트라인이 190점인 사실을 감안하면 가뿐하게 1차 실기를 통과했다.
김수현과 함께 그룹 FT아일랜드의 멤버 이홍기도 선발전에 출전했다. 평소 막역한 사이로 볼링 취미를 공유해온 두 사람은 프로볼러 선발전 도전도 함께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량 차이는 확연하다. 1차전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이홍기와 달리 김수현은 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하면서 뛰어난 기량을 뽐냈다.
김수현은 29일과 30일 이틀간 열리는 2차전에 도전한다. 2차전까지 무사히 통과할 경우 11월 중순 교육과정에 입소하게 된다. 이 과정까지 마친다면 특별회원 자격을 부여받아 프로볼러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김수현은 7~8년 전부터 볼링을 취미로 해왔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대학 동기들과도 자주 볼링장을 찾아 게임을 즐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볼링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오른손 일부 손가락의 모양이 변형될 정도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론 좋아하는 종목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프로에 도전하지는 않는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수현의 타고난 승부근성”이 프로볼러 도전으로 그를 이끌었다. 친구들과 벌이는 승부에 멈추지 않고, 전문가들의 세계에서 겨뤄보고 싶다는 뜻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볼링이라는 종목의 특성도 주효했다. 볼링은 프로선수에 아마추어가 맞서 겨룰 수 있는 스포츠로 꼽힌다. 프로 타이틀은 없지만 일반인 가운데 ‘숨은 고수’가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또한 혼자 즐기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고, 전문가와의 훈련이 없이도 프로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진입 장벽 낮은 종목으로 통한다. 실제로 김수현은 영화 촬영이나 관련 일정이 없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볼링에 투자했다.
# 복서 도전 이시영, 이종격투기 윤형빈…왜?
프로의 세계로 들어선 스타는 더 있다. 이시영은 ‘얼굴이 생명과도 같은’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라 강펀치를 기꺼이 맞았다. 실업팀 인천시청 소속으로 2년간 선수로 활동했고 합숙훈련도 소화했다. 이는 연예인의 스포츠 도전사 가운데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시영은 2010년 복싱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캐스팅되면서 처음으로 관련 훈련을 받았다. 단막극이던 해당 드라마는 막상 제작이 무산됐다. 하지만 미리 훈련을 받고 있던 이시영은 복싱의 매력에 그대로 빠져들었다. 처음엔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복싱을 유지했지만, 나중에는 연기 활동을 중단하다시피까지 했다.
이시영은 2010년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이듬해 서울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 여자부(48kg)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례적으로 이시영의 출전 경기는 TV로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인기 여배우가 복싱에 도전한 사실이 만들어낸 파급효과는 그만큼 컸다. 거기서 그칠 것이란 예상을 깬 이시영은 2013년 인천시청에 입단했다. 이후 2년간 인천에 숙소를 마련해 생활하면서 훈련에 집중했다. 내심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출전도 욕심을 냈지만 부상이 겹친 탓에 선수 생활을 끝냈다.
당시 이시영은 “건강하게 땀 흘려 거두는 승리”를 복싱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인천시청 소속으로 훈련할 당시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이 동료 선수들에 혹여 피해를 줄까봐 극도로 조심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복싱과 관련한 발언은 최대한 자제했고,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상황도 피했다.
윤형빈도 빼놓기 어려운 ‘승부사 기질’을 가진 스타다. 과거 출연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경험한 이종격투기를 꾸준히 연마해 데뷔전을 치렀다. 2014년에는 ‘로드FC 14’에 출전해 일본 선수에 KO승까지 거둔 장면은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프로 타이틀은 없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스타들도 많다. 연기자 박하선은 얼마 전 플라잉요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역시 취미로 시작했다가 그대로 빠져들었다.
연예계에서는 스타들의 잇따르는 도전 배경으로 ‘승부사 기질’을 꼽는다. 연예계 역시 스포츠 세계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다. 혹독한 과정을 거쳐 정상의 자리에 오른 스타들 가운데 스스로 “승부욕이 강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건강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시영은 복싱을 시작한 이후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여배우로 발돋움했다”며 “스포츠가 가진 건강한 에너지가 해당 스타에게 그대로 적용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