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민은 <하얀거탑>에서도 완벽한 외과의사의 손놀림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 ||
우선 그의 가정이 큰 힘이 됐다. 2004년 4월 태어난 김명민의 큰아들 재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복덩이다. 만약 재하가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이 김명민으로 인해 얻은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일.
당시 김명민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내지 못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려 하고 있었다. 배우의 삶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이민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내가 임신 중이었던 10개월 동안은 더더욱 힘든 시기였다. 그렇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이민을 떠나려 이민 시점을 늦추고 있던 김명민은 첫 아이의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불멸의 이순신>의 연출자인 이성주 PD가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것.
김명민은 솔직히 당시 이 PD를 만나러 갈 때만 해도 시큰둥한 마음이었다고 얘기한다. 아니 이순신 역할로 캐스팅됐다는 얘길 들었을 때도 그랬다고 한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봤듯이 언제 다시 캐스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 그런 이유로 생애 최고의 기회인 <불멸의 이순신> 캐스팅 사실을 처음 접한 바로 그 순간에 별다른 기쁨을 드러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불멸의 이순신>이 한창 인기리에 방영될 당시 김명민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재하가 좀 더 큰 뒤 아빠가 연기한 <불멸의 이순신>을 볼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된 것 같다”는 소감을 털어 놓은 바 있다. 김명민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인에게도 매우 충실한 가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행복한 가정의 힘,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굳은 의지가 배우 김명민의 가장 큰 저력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다소 ‘실력 뛰어난 전문직 종사자’로 캐릭터가 굳어져가는 모양새지만 사실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가장 큰 힘은 거침없는 변신에 있다.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다소 고지식해 보이는 역사 속 영웅의 역할을 소화한 그는 차기작으로 <불량가족>이라는 드라마를 선택한다. 그의 역할은 건달, 그것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건달이다. 이순신의 몰락이긴 했으나 배우 김명민에겐 분명 성장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성공을 거둔 작품의 차기작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지만 그처럼 완벽한 변신을 선보인 이는 드물다. 그만큼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후 김명민은 생애 최고의 작품 <하얀거탑>을 만난다. 천재적인 외과 의사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김명민은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또 다시 천재적인 지휘자로 분해 시청자들 앞에 섰다. 전문직 종사자라는 캐릭터가 겉보기엔 좋아 보이나 배우들에겐 여간 힘든 배역이 아니다. ‘천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만큼 어설픈 모습을 보인다면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휘자가 되기 위한 김명민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촬영 석 달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2시간에서 6시간가량 지휘 연습에 매달렸다고 한다. 개인교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박자에 따라 지휘봉 젓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는데 너무 연습에 몰입해 어깨 근육이 심하게 뭉쳐 마사지까지 받으러 다녀야 했다고 한다.
그냥 보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는 지휘자용 스코어 악보를 김명민은 15곡이나 전부 외웠다. 이런 그의 노력 때문에 공연 장면 촬영이 있을 때마다 좌중을 감탄케 하는 뛰어난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고 그 감동은 브라운관을 통해 안방극장에 그대로 전달됐다.
이미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은 웬만한 외과의사의 손놀림을 따라갈 정도로 엄청나게 연습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까다로운 수술을 앞둔 장준혁(김명민 분)이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수술 과정을 공중에 미리 그려보는 장면은 <하얀거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자 그가 수술 장면 연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배우 김명민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