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독일 출국 전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의 ‘피엔폴루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10월 26일 <TV조선>은 “최순실 씨가 독일에 가기 전까지 서울 강남 최고급 레지던스에 거주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나온 레지던스는 ‘청담 피엔폴루스’다. 라틴어로 ‘성스러운 천국’이란 뜻을 가진 피엔폴루스는 평균 호당 매매가가 20억~30억 원에 달한다.
지리상으로는 최 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미르·K스포츠 재단과 1.8~2.5km 거리다. 이들 ‘스팟’을 차량으로 이동하면 5분 이내 도착할 수 있다. 또 최 씨가 ‘대통령 의상실’로 활용한 빌딩과도 불과 1.9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최 씨는 외부 이목이 집중된 미승빌딩을 벗어나 피엔폴루스를 ‘재단 컨트롤타워’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피엔폴루스 거주는 청와대 극소수 인사만 아는 ‘일급비밀’이었다고 전해진다. 검찰·국세청 관계자는 각각 최 씨 거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등기부상 최순실 혹은 최서원이란 이름은 확인되지 않는다. ‘전세권 설정’도 하지 않아 최 씨가 얼마만큼의 전세금(혹은 보증금)을 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뉴스타파 화면 캡처
최 씨가 해당 오피스텔 소유주인 A 씨와 실제 계약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전·월세 계약 없이 거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의 부동산 업자는 “사회 고위층이 주로 이용하는 피엔폴루스는 임대인(소유주)과 임차인 모두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의 계약을 선호한다”며 “관례상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지만 집주인에 따라 얼마든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거용과 업무용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오피스텔은 실계약자와 거주자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까지 피엔폴루스 오피스텔을 임차한 B 기업 관계자는 “돈은 법인이 지불했지만 건물 이용은 퇴직 임원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 Y 회계법인의 C 부회장은 청담 피엔폴루스 오피스텔을 회사 명의로 계약한 뒤 여자 연예인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거래는 등기상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원본계약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차 계약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등기상 흔적이 남는) 전세권 설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임대인이 소득신고를 하게 돼 있다”며 “계약 당사자 간 자금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언론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급히 주변을 정리한 뒤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최 씨 측이 맡긴 것으로 보이는 수억 원의 오피스텔 보증금이 어떤 경로로 빠져나갔는지도 관심이다. 최 씨 측이 자금을 거래한 은행으로 D 은행과 E 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들 은행은 나란히 독일 모처에 지점을 두고 있다”며 “결국 최 씨 수사의 관건은 ‘세금’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거액의 돈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최 씨 주변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