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쥬얼리 열풍’
지난 3월부터 불어온 쥬얼리의 신곡 ‘one more time’은 상반기 내내 높은 인기를 불러 모았다. 이미 지난해 원더걸스의 ‘tell me’ 열풍에서 입증됐듯이 단순한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가 요즘 가요계의 트렌드임을 쥬얼리가 다시 한 번 입증시킨 것.
쥬얼리의 컴백은 가요계에 또 다른 흐름을 주도했다. 이미 해체된 그룹이 멤버를 보강한 후 활동을 재개해 정상에까지 오르는 기적같은 일을 성공시킨 것. 멤버들의 탈퇴로 해체된 그룹이 새 멤버를 보강해 다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상황에서 정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06년 2월 이지현이 탈퇴하고 같은 해 11월 조민아까지 쥬얼리를 떠났다. 박정아와 서인영만 남았지만 각각 솔로 앨범을 내면서 사실상 쥬얼리는 해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소속사인 스타제국은 은밀히 오디션을 진행해 새 멤버 하주연과 김은정을 선발해 맹연습에 돌입했고 결국 쥬얼리는 다시 팬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쥬얼리가 해체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난 한번도 쥬얼리가 해체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박)정아 언니랑 종종 밤에 술을 마시며 쥬얼리가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멤버를 보강해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이런 마음고생 끝에 5집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더욱 감동적이었다.”
쥬얼리의 성공은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는 데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다. 역시 해체됐던 그룹 브라운아이즈가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고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 지난 날 가요계의 대형 스타들이 연이어 가요계로 돌아왔다. 물론 쥬얼리의 컴백 성공이 이들의 가요계 복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형 스타들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예전에 그 누구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으나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랜 가수들의 연이은 컴백으로 연결된 것.
이런 사례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는 “최근 건즈앤로지스가 멤버를 대거 교체해서 10여 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런 현상이 해외 팝계에서는 흔히 있다”면서 “딥 퍼플, 벤 헤일런 등도 멤버를 교체하곤 했는데 멤버의 스타성보다 그룹이 추구하는 음악성을 더 중시하는 그룹들의 특징으로 쥬얼리 역시 박정아와 서인영 중심의 그룹에서 음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설명한다.
▲ 지난 12일 열린 ‘2008 골든디스크’에서 쥬얼리가 디지털음원대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하주연, 김은정, 서인영, 박정아. 사진제공=일간스포츠 | ||
쥬얼리의 부활이 가능했던 데에는 리더 박정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데뷔 초부터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해온 그가 굳건히 쥬얼리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 새 멤버 영입이 가능했던 것. 그런데 새 음반 활동이 시작되면서 무게의 추가 서인영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단연 서인영이 새로운 쥬얼리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박정아는 이런 서인영의 무서운 성장에 대해 “나도 스물넷이 전성기였는데 인영이 역시 스물넷을 맞은 2008년에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라며 “솔직히 말해 약간 자극이 되지만 질투는 아니다. 난 항상 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서인영의 급성장은 솔로 앨범 발매로 더욱 가속도를 냈다. 2008년 상반기 가요계에서 쥬얼리의 ‘one more time’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면 여름 시장에선 서인영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신데렐라’가 그 인기를 이어갔다. 본인이 소속된 그룹의 높은 인기를 자신의 솔로 앨범으로 그대로 가져온 저력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인데 정작 본인은 솔로 앨범의 성공 역시 쥬얼리 성공의 일부라고 얘기한다.
“쥬얼리 안에서의 색깔과 솔로 활동에서의 내 색깔은 각기 다르다. 그렇지만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쥬얼리 멤버라는 사실은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물론 혼자 활동하다보니 더 책임감이 생기고 때론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솔로로 활동할 때 더 간절하게 쥬얼리의 소중함을 느끼고 기대게 된다. 결국 쥬얼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고 또 나의 성공이 곧 쥬얼리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 해 연예계는 2인자 열풍이 거세게 일었다. 방송에서 스스로를 2인자라 지칭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박명수를 필두로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탁재훈 이수근 노홍철 등이 높은 인기를 끈 것. 특히 예능계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한데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확실한 1인자 두 명이 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박명수는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재석을 위해선 죽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할 정도다. 다만 아무리 2인자 열풍이 불어도 아직 강호동과 유재석의 영역을 넘볼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서인영은 이를 해냈다.
‘ 리얼버라이어티 여왕’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각본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 리얼버라이어티 속 내 모습은 ‘연예인 서인영’이 아닌 ‘인간 서인영’의 모습인데 연예인이 아닌 인간 서인영 또한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크라운 제이와 함께, KBS <뮤직뱅크>에서 유세윤과 함께,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 M net <서인영의 카이스트> | ||
이 두 프로그램에서 서인영은 상반된 인간 서인영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결’에선 남자 앞에서 너무 강한 여성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신상’에 푹 빠진 요즘 20대 여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카이스트>에선 조금 다르다.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가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카이스트에서 한 학기를 버텨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 그럼에도 그는 무난히 적응했다. 카이스트 교수와 학생들 앞에서 결코 기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강한 척하지도 않으며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우결’에서의 모습만 강조됐더라면 너무 철없고 자기 멋대로인 여성으로 기억됐을지도 모르지만 <카이스트>에서의 모습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서인영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카이스트>는 1학기를 마치며 종영됐고 이제 ‘우결’에서도 서인영이 하차한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의 작별의 시간이 다가온 것. “이제 리얼버라이어티가 한물갔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아마도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난 탓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꾸미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진솔하게 다가간다면 시청자들도 계속 박수를 보내줄 거라 믿는다.”
이제 서인영은 화려했던 2008년을 뒤로한 채 휴식기를 가지려 한다. 본래 계획은 12월쯤 모든 활동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연예계를 떠나 쉴 수도 없다. ‘우결’의 원년 멤버들이 하나 둘 하차했지만 새로운 멤버들이 완전히 자리잡을 때까지 크라운제이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냈고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신설 프로그램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이 안착할 때까지 함께해야 했다. 게다가 KBS <뮤직뱅크>에선 MC를 맡고 있다. 한 해 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한 뒤 쉬고 싶었다는 게 서인영의 설명. 또한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쥬얼리가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되길,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일요신문> 선정 올해의 연예인에 뽑혀서 너무 기쁘다. 2008년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활동해온 것 같은데 쉬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사랑해주신 팬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 혹시 2008년 한 해 동안 너무 쉬지 않고 달려 지친 게 아닐까 걱정됐다. 2009년에도 늘 에너지 넘치는 서인영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선 잠시 휴식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쉬는 동안 미국에 가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동시에 견문을 넓히고 오고 싶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