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개봉한 리얼 미스터리 공포극 <혼숨>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귀신 숨바꼭질 ‘혼숨’이라는 소재를 1인 BJ가 진행하는 개인방송에 접목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영화 ‘혼숨’ 스틸컷
영화 <혼숨>은 1인 미디어 아프리카 TV의 공포 전문 방송 ‘야광월드’의 BJ 야광(류덕환)과 책임 프로듀서 박PD(조복래)가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포 소재를 찾아다니던 중 실종된 여고생의 ‘혼숨’ 영상 제보를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전드 방송을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포 소재를 찾아다니던 이들은 어느날 의문의 시청자로부터 저주의 놀이로 불리는 ‘혼숨’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시청자가 보낸 동영상에는 ‘혼숨’을 시작한 여고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방송 랭킹을 한방에 올려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사라진 여고생을 추적하는 생방송을 시작한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는 동영상 속 여고생이 사라진 독서실이다. 특히 어두운 독서실 화장실에서 쌀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넣은 후 붉은 실로 봉합한 봉제인형을 거침없이 칼로 찌르며 숨바꼭질을 시작하는 여고생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표정은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한다. 이들은 사건을 파헤칠수록 심상치 않은 공포를 접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더한다.
본래 ‘혼숨’이란 ‘혼자하는 숨바꼭질’이라는 의미로 인형을 매개체로 해 귀신을 불러 함께 숨박꼭질을 하는 일종의 강령술이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 놀이의 자세한 실행 방법과 기이한 현상을 겪은 과정이 담은 경함담이 올라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현재까지도 성행해 인터넷상에 다수의 실제 후기가 존재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혼숨’ 괴담을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담아내면서 관객들에 놀이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대중화된 1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와 다른 차원의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사실성을 강조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BJ 야광이 생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이 터진다. 또 대부분 1인칭 시점으로 촬영돼 관객들이 마치 현장에서 주인공과 함께 있는 것 같은 현장감과 생동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 관객들에게 개인 방송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배경엔 배우 류덕환의 집중력 있는 연기도 큰 몫을 한다.
올 가을 유일하게 개봉하는 한국 공포 영화 <혼숨>은 흉측한 모습의 귀신이나 혐오스러운 장면을 원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호러물’이 선사하던 전형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영화 속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다 보면 색다른 즐거움과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