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목사는 1990년 12월 <우먼센스>를 통해 직접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제공=우먼센스
박 대통령과 최 목사 관계는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0년부터 언론에 등장한 박근혜-최태민 관계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정부에 있었던 인사들의 증언에 따른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확증 없는 각종 소문과 루머가 양산 됐고, 두 사람의 관계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런데 1990년 12월, 최 목사가 직접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와 관련해 최태민 목사의 전횡을 규탄하는 시위가 표면화되던 시기다. 당시 시위를 주최한 숭모회는 “최 목사가 육영재단 운영에 깊이 간섭하고 전횡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육영재단 운영 관련 의혹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풍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우먼센스> 인터뷰에서 최 목사가 직접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밝힌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최 목사는 인터뷰에서 1990년 8월 하순부터 육영재단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원래 내게는 개인 사무실도 없었고, 아무런 결재 권한도 없었다”며 “나는 박근혜 (당시) 이사장의 자문 역할에 그쳤다. 박 이사장이나 기념 사업회가 나와 의논할 일이 생기면 부정기적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최 목사가 박 대통령에게 자문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통령과 1975년 초에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최 목사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숨진 이후 ‘꿈에 육 여사가 나타나 돌봐주라고 했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기도를 하는 사람이니까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육 여사가 돌아가신 뒤 위로하는 내용의 편지는 보냈었다.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육 여사 현몽’이라거나 정식으로 접견 신청하는 내용 따위는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만나주시길 바란다며 끝을 맺었는데, 편지를 본 박 이사장이 불러서 만나게 된 것”이라며 “현몽 등의 말이 대학교육을 받은 박 이사장에게 먹혀들 것 같아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최면술’ 루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시 일부에선 ‘안수기도로 병을 고친다’ ‘박근혜가 최태민의 최면술에 걸려있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기가 막힌 듯) 허허 내 참…어떻게 하는 것이 최면술인지 모른다. 그리고 병은 의사가 고치지 왜 내가 고치나. 본인의 마음이 돈독하고, 신심이 강하면 정신력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병은 의사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최 목사는 지난 1977년 중앙정보부로부터 각종 비리 수사를 받았고, 수사 기록은 박근혜 대통령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박근혜 씨는 수사 기록을 보는 순간 ‘최 목사가 이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 볼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때 보여준 신뢰를 최 목사가 잊지 못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5공화국에 들어선 뒤 박근혜 씨는 고립무원의 처지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겪었다”며 “주변에 사람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떠나지 않는 사람이 최 목사였다. 최 목사는 자신이 받았던 신뢰만큼 믿음과 정신적인 안정을 줬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을 잘 아는 기념사업회 인사도 이 인터뷰를 통해 “이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가 더욱 다져졌다”고 언급했다.
최 목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화가 되는 인물이다. 그만한 여성도 없지 않나. 내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인물”이라며 “재물욕도, 명예욕도 없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화답하듯, 박근혜 대통령도 이어진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최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공식석상에선 처음으로 최 목사와의 관계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최 목사에 대해 말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77년 저와 함께 새마음 운동을 하던 최 목사는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투서가 들어오니까 당시 김재규 중정부장이 조사를 시켰고, 아버지(박정희 대통령)는 내사 기록을 읽고 나를 배석시킨 가운데 친국을 한 뒤 없었던 일로 돌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육 여사 현몽’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유치한 말 아닌가. 최 목사야말로 현몽 등의 샤머니즘을 배격하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따뜻한 위로 편지를 많이 받았는데, 최 목사는 그런 격려 편지를 읽어보고 만나게 된 케이스 중 하나다”라며 “항간의 루머를 믿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앞서의 최 목사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박 대통령은 “80년 직후 기념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선뜻 도와준 사람이 최 목사뿐이었다. 참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최태민 사망 직후 최순실 인터뷰 “두 분 관계 내 입으론 말 못해” 진실은 박 대통령만이… 최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의 인터뷰는 최 목사가 1994년 5월 1일 협심증으로 사망한 이후 보도됐다. <우먼센스>는 1994년 최순실 씨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 씨의 실명 대신 ‘최민희’라는 가명으로 보도했다. 당시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그림자 내조’ 해왔다던 최태민 목사가 사망하면서, 확증 없이 떠돌던 풍문에 대해 일부 해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인터뷰를 담당한 기자는 최 씨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녀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아버지를 두 번 죽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며 16절지 6장 분량의 ‘심경 고백서’를 내놓았다. 평범한 얼굴에 안경을 쓴 그녀는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비교적 또박또박하게 곧은 자세로 말을 꺼냈다. 그녀가 준비해 온 글은 감정을 상당히 절제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또 다시 ‘유쾌하지 못한 과거’들이 들춰지는 것을 그녀는 경계하고 있었다. ‘온당치 못한’ 비난과 모함 속에서 쓸쓸히 눈을 감은 아버지에 대한 연민, 아버지의 말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던 세상의 눈초리에 대한 원망도 담겨 있는 듯했다.” 당시 최 씨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최 목사의 장례는 평범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최 씨는 당시 아버지의 죽음을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최 목사)가 1990년 육영재단 분규가 생기기 직전 그곳을 나온 후 박 이사장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을 대학 1학년 때인 1976년에 처음 봤다고 밝혔다. 최씨는 “당시 흥사단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거기 참가한 적이 있죠. 직접 만나본 것은 얼마 안 된다. 계속해서 지켜보았는데 참 깨끗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흐트러짐이 없고 욕심도 없다. 물러설 줄도 아는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는 아버지 최태민 목사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당시 최순실 씨는 아버지와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소문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 씨는 “마음 같아서는 조목조목 사실을 밝히고 싶지만 내가 당사자도 아니고 또 자칫 제가 한 말이 박 이사장님(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 박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면 몰라도 내가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담당한 기자는 최 씨가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우먼센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해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세상에 알려진 최 목사와의 관계는 ‘기상천외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다만 최 목사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우먼센스>는 최순실 씨 인터뷰에서도 박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취재 중에 느낀 것은 최태민 씨와 박근혜 씨의 관련된 많은 소문들이 약간은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속 시원히 해갈되지 않은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거듭되는 소문에 환멸을 느낀 두 사람의 침묵도 소문을 부풀리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최태민 씨는 자신을 둘러싼 잡음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영원히 침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20여년을 끌어온 이 이야기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줄 사람은 박근혜 씨뿐이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