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왼쪽부터 NC 박석민, 이호준, 김경문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김재호, 유희관이 각각 시리즈가 몇 경기로 끝날지를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출신 NC맨 VS 원래 두산맨
2016 한국시리즈를 가리켜 팬들은 ‘올드 보이즈들의 베어스 시리즈’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두산 베어스를 중심으로 남다른 인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NC 김경문 감독이 OB 시절 포수를 맡았을 때 두산 김태형 감독은 신인 포수로 프로에 입문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을 이끌 때 김태형 감독은 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보좌했다.
그라운드에서도 인연들은 부딪히고 있다. NC 손시헌은 현재 두산 2루수인 오재원, 고영민 등과 함께 두산의 튼튼한 센터라인을 형성했다. 외야수 NC 이종욱은 두산 시절 기동력 야구를 대표하는 ‘육상부’ 주장이었다. 두산 민병헌과 함께 외야 수비를 맡았다.
코칭스태프도 두산을 친정으로 두고 있는 인물들이 눈에 띈다. NC 코치진인 박승호, 구천서, 최기문, 최일언, 최훈재, 김광림, 박명환, 이도형, 최경환 등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한 것은 물론 코치로도 활약했었다. 두산의 강인권 코치는 NC 코치로 있다가 2015 시즌을 앞두고 두산으로 옮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드 보이즈들의 베어스 시리즈’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 팀은 모자 이니셜로 똑같이 ‘D’를 사용한다.
#NC의 ‘나테이박’ VS 두산 ‘판타스틱4’
NC 다이노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데에는 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으로 형성된 중심타선의 힘이 존재한다. 반면에 정규시즌 1위 두산 베어스는 일명 ‘판타스틱4’로 불리는 강력한 선발 투수진이 눈에 띈다.
NC는 플레이오프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나성범과 테임즈가 최종 4차전에 나와 안타와 홈런을 때리며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는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테이박’은 정규시즌에서 모두 115홈런, 425타점을 합작했다.
두산도 타선에선 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두산은 팀타율(0.298) 1위에다 팀홈런(183) 1위였다. 김재환(37홈런) 오재일(27홈런) 에반스(24홈런) 양의지(22홈런) 박건우(20홈런) 등 5명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에 NC 공포타선 ‘나테이박’에 밀릴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4’는 KBO리그 최강이다. 니퍼트(22승3패)-마이클 보우덴(18승7패)-유희관(15승6패)-장원준(15승6패)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올 시즌 70승을 합작해냈다. 이들 중 NC에 가장 강한 선수는 2승1패, 평균자책점 1.17로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던 보우덴이다. 지난 6월 30일에는 NC를 상대로 KBO리그 역대 13번째 노히트노런도 기록했다. 1선발 니퍼트 또한 3승무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NC에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 장원준은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80을, 유희관은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NC는 1, 2선발인 스튜어트와 에릭 해커로 한국시리즈 포문을 연다. 그러나 스튜어트는 4경기에 나서 1승2패, 평균자책점은 10.43까지 기록했고,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해커도 두산을 상대로 2경기에 선발 출전해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으로선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3선발 이재학의 공백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플레이오프에서 3선발 체제를 가동한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선 4선발 구상을 밝혔다. 플레이오프에선 장현식이 3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볼넷을 남발하며 1이닝 1실점으로 좋지 못한 성적을 나타냈기 때문에 김경문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장현식에게 선발 기회를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NC의 반전 불펜 VS 두산의 밀어붙이기
NC가 그나마 앞서는 부분은 두산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불펜이다. NC의 정규리그 불펜 평균자책점은 4.15로 전체 1위. 이민호와 원종현을 중심으로 임창민 김진성 임정호 구창모 등은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 나서 15.1이닝을 3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원종현(4이닝 2실점)과 임창민(2⅓이닝 무실점), 이민호(4⅓이닝 무실점)로 이뤄진 필승조는 강력했다. 무엇보다 NC의 주축 불펜 투수들은 정규시즌 두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진성은 12⅓이닝 평균자책점 0.73을 거뒀고, 원종현은 11⅔이닝 평균자책점 0.77을, 임창민은 7⅔이닝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하며 두산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에 두산은 홍상삼과 이용찬이 군 제대 후 복귀해서 힘을 보태고 있지만 어깨 회전근 파열로 팀에서 이탈한 정재훈의 공백이 꽤 뼈아프다. 거기에다 정규시즌 두산의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4.11로 전체 1위였던 반면에 불펜 투수는 5.08로 5위에 그쳤다. 두산은 이현승과 이용찬이 마무리를 맡고 홍상삼 윤명준 고봉재 등이 중간계투로 나설 계획이다.
#그래서 우승은 누구?
<일요신문>에선 야구 전문 기자 4명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국시리즈 예상 우승팀에 대해 알아봤다. 4명의 기자들 중 모두가 두산의 우승을 점찍었다. 기자들도 최강 선발진을 구축한 두산의 마운드에 비해 ‘창’인 NC ‘나테이박’이 살짝 기운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불펜이지만 NC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체력을 소진했던 터라 두산의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에서 기자 3명은 5차전에서 우승을, 나머지 1명은 6차전에서 우승이 결정 날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7차전까지 갈 거라고 예상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편 <일요신문>은 지난 1274호에서 야구 해설위원 4명으로부터 포스트시즌 전망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서재응(SBS), 민훈기(SPOTV), 허구연(MBC), 대니얼 김(KBSN) 등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모두 두산을 꼽았다.
서재응 위원은 “두산의 유일한 약점이 마무리였지만 이용찬이 합류하면서 약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고, 민훈기 위원은 “두산의 막강한 선발진은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전력이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허구연 위원도 두산을 우승 후보로 낙점하면서 “김태형 감독을 중심으로 한 팀 분위기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대니얼 김 위원은 “두산이 우승 못하는 시나리오는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경우”라고 말했고, LG는 플레이오프의 문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두산이 예상대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을지, NC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넥센 장정석 신임 감독 선임 앞과 뒤 “ML식 프런트야구 과연 잘될까” ‘깜짝 발탁’ ‘파격적인 행보’ ‘그런데 장정석이 누구지?’ 지난 27일 넥센 히어로즈가 신임 감독으로 전날까지 운영팀장으로 일했던 장정석 팀장(43)을 임명한다고 발표한 직후 포털사이트를 달궜던 팬들의 반응들이다.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과 연봉 포함 총 8억 원의 조건으로 넥센 사령탑에 오른 장정석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 중 가장 어린 나이이고,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2004년 KIA 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현대·넥센에서 1군 매니저, 운영팀장 등 줄곧 프런트로만 일해 왔기 때문이다. 장정석 넥센 신임 감독 야구 관계자 A 씨는 넥센이 장정석 감독을 선임한 것을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장석 대표는 장 감독 선임과 관련해 필드 매니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즉 앞으로도 프런트 중심의 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걸 천명한 셈이다. 염경엽 감독이 사퇴한 배경에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염 감독과 이장석 대표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런트 중심의 야구단을 표방하는 이 대표와 염 감독이 어느 순간부터 지향하는 목표에 틈이 벌어졌고,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입지가 단단해진 염 감독이 이 대표의 생각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다음 감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감독을 원했을까 아니면 구단의 지시를 잘 이행하는 감독을 원했을까? 답은 나와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감독의 권한을 ‘필드 매니저’로 정한 만큼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 감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정석 신임 감독은 기가 막힌 발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 씨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메이저리그식 프런트야구를 자주 언급하는데 미국은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게 한다. 그러나 한국의 프런트 야구는 권한도 안 주고 책임을 묻는다. 이전 프런트야구의 대명사로 꼽히는 B 팀에서 C 감독을 선임했을 때 야구계에선 그가 단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그 끝은 좋지 않았다. 권한 대신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넥센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팀을 운영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코치 경험도 전무한 운영팀장이 감독에 올라 구단의 간섭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팀을 꾸려갈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감독만 메이저리그식으로 팀을 운영하면 뭐하겠나. 감독을 쥐고 흔들려는 프런트가 있다면 어느 순간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자주 있어왔다. 부디 넥센은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감독, 코치 경험만 없을 뿐 장정석 감독은 김시진, 염경엽 전 감독을 가까이 지켜봤다. 그는 출사표를 대신해 “나의 야구가 아닌 우리의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의미가 담긴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 [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