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최순실 씨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가 서초동 사무실 건물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최 씨 귀국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 씨의 귀국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개입한 ‘기획 입국’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뭔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는 흐름이 포착된다”며 “최근 2~3일 동안의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며칠 새 게이트 핵심 관계자들이 연이어 귀국하며 검찰이 바빠지고 있다. 동남아에 잠적해 있던 중이던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가 10월 26일 귀국해 바로 다음 날 검찰에 자진 출두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차은택 CF 감독도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11월 초쯤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우 원내대표는 “서로 연락하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검찰이 최 씨를 긴급체포하지 않은 데에 대해서도 “모처에서 관련 사람들끼리 입 맞추고 진실을 은폐하는 시간을 번다면 검찰이 그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에서도 긴박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표를 받아들이고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그리고 최 씨가 귀국한 30일 박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비롯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등을 교체하는 청와대 개편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인적쇄신 움직임과 함께 최 씨와 그의 최측근 인사들이 연이어 귀국하는 것을 두고 ‘최순실 게이트’를 최 씨 한 명만의 일탈 행위로 몰아가는 ‘꼬리 자르기’가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0월 30일 정국 대응 긴급대책회의를 주최하고 “이번 파문의 가장 핵심인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만은 자택도 청와대 사무실도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다”라며 “우 수석의 지휘 아래 연설문 수정도 최 씨의 ‘일탈행위’로 입맞춤하고 증거 인멸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씨가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실제 검찰은 지난 9월 29일 최 씨 관련 고발이 접수됐음에도 미적거리다가 10월 20일에야 본격 조사에 들어가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늦은 조사 때문에 핵심 관련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증거 자료들 역시 다수가 폐기됐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결국 10월 26일 최 씨 소유 빌딩, 전국경제인연합, 고영태 씨가 이사로 있는 더블루케이 건물, 차은택 CF 감독의 자택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됐지만 반도 채 차지 못한 증거물 보관 상자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청와대 압수수색을 아예 이뤄지지도 못했다. 10월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돌입했지만 불발에 이르고 말았다. 청와대가 현행법상 청와대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한 것. 30일에 수색이 재개되긴 했지만 청와대가 이미 선별한 자료만을 검찰이 받아들게 되면서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도 지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계속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상설 특검이 아닌 개별 특검, 이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청와대 행진’ 막히자 경찰과 몸싸움…박근혜는 퇴진촉구 시위 이모저모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가 열렸다. 최준필 기자 청계광장에 2만여 명 시민(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9000여 명)이 모였다.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 시민들이 운집해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퇴진하라’를 외쳤다. 시민들은 추운 겨울날씨에도 네 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가 예정된 오후 6시 이전부터 엄청난 인파가 청계광장에 몰렸다.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정의당 노회찬·이정미·김종대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집회가 끝난 이후 오후 7시 30분께부터 행진이 시작됐다. 애초 거리행진은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광교, 보신각, 종로2가를 거쳐 북인사마당까지 약 1.8㎞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경찰은 집회 현장과 행진 구간 주변으로 60개 중대 경력 4800명을 배치했다. 거리 행진 도중 동선이 변했다. 행진 선두에 있던 참가자들이 영풍문고 앞에서 종로2가 방향으로 좌회전이 아닌 조계사 방향으로 직진한 것. 이에 경찰은 공평동 사거리 인근에서 참가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다시 광화문 방향으로 우회전해 움직였다. 이때 종로경찰서에서 나와 “지나가는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인도만을 이용하라”는 방송을 하자 참가자들은 “우리가 바로 그 시민이다”라며 맞섰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중심으로 경찰 인력이 배치돼 청와대 방향의 행진이 계속될 수 없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세종문화회관을 통해, 배치된 경찰차 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또 경찰 인력을 몸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도 있었고,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화문광장에 시민들이 점차 많이 모여들었고 일부는 경찰과의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캡사이신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하고 살수차를 배치하기도 했다. 집회는 이날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민중총궐기 본부에서는 오후 9시 30분께 집회를 끝내겠다고 방송했지만 많은 시민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문상현·최영지·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