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아 현수야, 나 니들 연구했다^^
와! 정말 제가 일기를 쓰게 되네요. 그동안 틈틈이 혼자 일기는 써왔지만 이렇게 지면에 쓰는 일기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또 많은 기대감도 있습니다. 사실 일기란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지난 WBC 대회를 통해 한국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와 사랑도 받았고 저 또한 그 대회를 통해 야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계기가 됐기 때문에 일기를 통해서라도 조금은 보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여기는 뉴욕입니다.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 차 온 것이죠. 잘나가던 방망이가 여기선 잠시 주춤거렸는데 다행히 3점 홈런을 쳤어요.
시즌 치르는 감이 나쁘질 않은 것도 다행이에요. 사실 WBC 이후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서 내심 걱정했거든요. 국가 간 대항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고 나면 진이 빠지는 것 같아요. 시애틀에서 활약 중인 이치로도 WBC 후유증 때문에 미국 와서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복귀했죠.
저는 빨리 밸런스를 찾았고 팀에서도 경기보단 휴식을 취하라고 배려해줘서 지금 이전의 감각을 다시 회복했습니다.전 WBC 대회 때 받은 대표팀 유니폼과 팔목보호대 등 모든 용품들을 간직하고 있어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들이죠.
나중에 아들 무빈이한테 자랑하려구요. 아빠가 태극마크를 달고 WBC대회에서 활약했었다면서요. 사실 팔목보호대에는 WBC 때 달았던 5번이 새겨져 있어요. 현재 클리블랜드에선 7번을 달고 있잖아요. 번호가 달라서 드러내놓고 사용은 못하지만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WBC 때의 기를 받고 싶어서요^^.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기억나지만 그중에서 김태균과 김현수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같은 타자라 그런지 서로의 타격폼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얼마 전 인터넷을 보니까 현수가 대표팀 생활을 하며 메이저리거인 내 폼을 많이 보고 연구했다던데 솔직히 고백해서 제가 더 태균이랑 현수 폼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태균이는 청소년대표팀 때보다 파워, 정교함, 부드러운 타격폼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더라구요. 현수는 방망이 맞히는 능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런 부분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두 선수를 보며 많은 공부를 했고 실제로 그때 보고 배운 걸 지금 내 걸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랍니다.미국 진출 후 뉴욕은 처음 와 봤어요. 양키스와의 경기도 처음이구요.
재미있는 건 새로 지은 뉴욕 양키스타디움에 들어서면서도 이전 WBC 대회 때만큼의 긴장감은 없다는 사실이에요.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서보고 싶어하는 꿈의 구장도 WBC대회 일본과의 결승전만큼의 압박감은 존재하지 않았어요.WBC대회는 이미 끝났지만 그 기억과 감동은 제 야구생활에 여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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