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회장은 이건희 전 회장과도 미국 유학 시절 같이 지내며 우정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1942년생)과 한 살 차이에 불과하지만 평소 천 회장이 ‘형님’으로 깍듯하게 모신다고 한다. 지난해 비자금 사건으로 곤욕을 치루며 두문불출했던 이 전 회장은 가끔씩 천 회장을 집으로 불러 식사를 하고 담소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천 회장은 이 전 회장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몇 안 되는 재계 인사 중 하나라고 한다. 천 회장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에 추천한 이도 이 전 회장이다.
이러한 2대에 걸친 인연 덕분에 세중나모여행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해외 출장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현재 세중나모여행 매출액의 50%가량이 삼성에서 나오는 물량이다. 여행사 경험이 없었던 세중나모여행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 항공권을 전담 판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천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여행사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이건희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삼성 직원이 다른 여행사에 해외 출장 업무를 맡겼다가 심하게 질책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이번에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세중나모여행 본사는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빌딩이기도 하다. 민주당 등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천 회장 일가의 세중나모여행 지분 매각 역시 삼성 계열사인 삼성증권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도 흥미롭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