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은 이승엽이 ‘국민타자’의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자만과 자아도취보단 겸손과 성실함을 무기로 흔들림 없이 ‘마이웨이’를 고집했던 부분이 그를 진정한 아시아 홈런왕으로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승엽인 저보다 한 수 위예요. 배울 게 정말 많은 친구죠. 그렇기 때문에 승엽인 큰물에서 노는 거예요. 우리보다 잘하는 애들은 뭐가 있어요. 그냥 노력없이 되지 않거든요. 타격이 안 될 때는 새벽 4시까지 배트를 휘둘러야 직성이 풀린 놈이에요.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두는 일반 선수들과는 차이가 있는 거죠. 그걸 보면서 저 또한 많이 배웠고 승엽이를 닮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양준혁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이승엽을 보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앤 뭔 짓을 해서도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해요. 그냥 있을 애가 아니거든요. 혼자 밤새도록 스윙을 했든 뭘 했든 이겨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죠. 승엽이랑 같이 야구해봐서 알아요. 이승엽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 집념을 가진 선수인지. 그래서 걱정 안 합니다. 그리고 제 예상대로 극복하고 다시 제대로 섰잖아요.”
자신보다 열 살이나 아래인 후배를 향해 서슴없이 ‘존경한다’라고 표현하는 양준혁. 이승엽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며 미소를 짓는 양준혁의 얼굴에선 후배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넘쳐 흘러났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