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1990년 ‘꼬마 민주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인연을 맺으면서 정치인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는 DJ의 야당 총재 시절 때 ‘정치적 심부름’을 도맡으면서 기획과 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략통으로 성장했다.
DJ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이 대표는 97년 대선 때 대선 기획특보를 맡아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키는 등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큰 공을 세웠다. 그가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국정원 초대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 정무수석 등 요직을 두루 맡았던 것도 대선 때 공이 어느 정도 반영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당 내 전략통으로 자리매김한 이 대표는 2002년과 2007년 대선 때도 당내 선거전략을 진두지휘했다.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 기획특보를 맡아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했고,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아 정동영 후보를 적극 도왔다.
범민주계 대선 후보 계보를 이어온 DJ-노무현-정동영 후보에 이르기까지 대선을 네 번(92년 포함) 치르면서 이 대표는 명실상부한 전략기획통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DJ 정부 때 요직을 맡았던 것 외에 정치인으로 큰 빛은 보지 못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지역구(남원 순창)에서 처음 당선된 이후 3선 고지에 올랐지만 참여정부 시절부터 줄곧 비주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개혁성향이 강했던 참여정부 시절 ‘실용’ 노선을 고수하면서 친노그룹과 386 참모진에 밀려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이지 못했던 것. 이 대표가 2007년 초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때 김한길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실용그룹 선도 탈당파에 합류해 ‘통합신당모임’을 결성했다는 사실은 그의 비주류 행보를 대변하고 있다.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고 2008년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소수 제1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당내 역학구도가 새롭게 재편됐지만 이 대표는 계속 비주류에 머물러야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정세균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당권파와 친노그룹, 386 세력이 신주류로 부상한 반면 민주당 대주주였던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비주류로 밀려 났기 때문이다.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민주당 1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신주류 측의 지원을 받은 원혜영 전 원내대표에게 석패했다는 사실은 당시 뒤바뀐 민주당 내 역학구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1기 경선에서 패한 이 대표는 절치부심 재기를 노렸고 마침내 지난 5·15 경선 때 신주류 측 후보였던 김부겸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2기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 지난 15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강래 의원(오른쪽)이 원혜영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
이 대표가 오랜 비주류 생활을 청산하고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지만 그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과 사회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혈투가 예고돼 있고,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가 ‘뉴 민주당’ 플랜과 맞물리면서 정체성 논란을 넘어 거물들이 참여하는 당권 전쟁으로 확전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강경파’로 꼽히는 안상수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를 상대로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대여 관계는 물론 당 안팎으로 난제와 암초가 산적한 그야말로 가시밭길 정치 행보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특히 이 대표의 첫 시험무대가 될 6월 임시국회의 경우 여야 신임 원내대표의 기 싸움과 맞물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대안 있는 강한 야당’을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강경 노선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 내부적으로는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와 ‘뉴 민주당’ 플랜을 둘러싼 민감한 당내 현안 처리 과정이 이 대표 체제의 조기 안착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은 정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반면 비주류 측은 정 의원을 절대적으로 선택한 지역 민심과 스타 정치인 부재로 지지율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정 의원 복당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 의원과 동향이자 친구 사이인 이 대표는 정 의원 복당을 지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에 선출된 후에도 “이 문제를 방치해두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며 당 화합 차원에서도 조기 복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 대표가 정 의원 복당을 밀어붙일 경우 주류 측의 반발 등 당내 갈등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뉴 민주당’ 플랜을 놓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 복당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확전될 경우 당 정체성 논란을 넘어 극심한 분열 국면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 대표는 당 안팎에 산적한 난제와 암초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전략기획통이란 명성에 걸맞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지, 아니면 또다시 폭력 국회를 주도하고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주역이 될지 그의 항해술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